[Interview] 갤럭시S6 무선충전 개발 주역 박철균 지엔테크놀로지스 대표 | “세계 최초 선박 내 통신 사각지대 해결…중대재해 막는 생명줄”

윤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3. 5. 29.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철균 지엔테크놀로지스 대표한양대 전자공학 학·석사, 도쿄공업대 무선통신 박사, 조지아공과대 전기전자공학 박사 후 과정, 전 삼성전기 수석엔지니어 사진 지엔테크놀로지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마트 신축 건물 지하에서 물탱크 방수 작업(에폭시)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두 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밀폐 구역에서 페인트칠을 하다가 중독 증세를 보인 것이다. 다행히 물탱크 외부에 있던 동료에 의해 구조됐지만, 물탱크 내에서 무전기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자칫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철균 지엔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선박이나 물탱크 등 밀폐 구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무전기를 휴대하지만, 정작 전파가 금속을 통과하지 못해 통신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금속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도 원활한 통신을 위해 금속 표면 자기장을 활용한 금속체 통신을 개발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HMM, SK해운 등 국내 대표 선사들이 새롭게 건조하는 선박에 메탈복스를 탑재하고 있다. 이밖에 메탈복스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트럭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사진 지엔테크놀로지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지엔테크놀로지스 대표 박철균이다. 한양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도쿄공업대에서 무선통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회사의 지원을 받아 2007년까지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포스트닥터(박사 후 과정)를 마쳤다. 삼성전기로 돌아와 무선 충전사업을 총괄하는 파트장으로 근무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의 무선충전 기능도 총괄해 개발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솔루션을 개발하고 프로젝트 관리, 설계, 평가, 문제 해결 등을 이끌었다.”

지엔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한 배경은.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모듈, 무선충전 패드가 스마트폰 후면 금속에 막혀 성능이 저하되는 상황을 겪었다. 그러다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금속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무선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경우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화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2017년 삼성전기에서 퇴사해 이듬해 지엔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한 이유다.”

기술 개발은 순탄했는가.
“지엔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한 뒤 곧장 울산과학기술원으로부터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다만 원하는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오랜 연구개발(R&D)을 거쳐 독자 기술을 추가해 금속체 환경에서 무선통신이 가능한 ‘메탈복스(metalVox)’를 개발했다. 메탈복스는 금속 표면에 발생하는 자기장을 활용한 무선통신을 말한다.”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전파는 금속을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같은 금속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무전기나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전파가 금속을 투과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것이다. 금속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선박과 산업 현장에서는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상식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게 메탈웨이브(metalWave) 기술을 활용한 메탈복스다. 메탈웨이브 기술은 금속체에 직접 전파를 방사해 통신기와 금속체가 전기적으로 결합하는 현상을 말한다. 금속체에 반사된 전파를 자기장으로 활용, 금속체 표면으로 흐르게 만들어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쉽게 다시 설명하면 대기 중에 있는 전기장은 금속체와 만나 미세한 자기장을 만드는데, 이런 자기장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전파를 막는 금속을 전파를 전달하는 안테나로 활용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탈복스는 주로 어디에서 활용되는가.
“메탈복스의 가능성을 보고 빠르게 적용하고 있는 곳은 해운 업계다. HMM, SK해운, 현대LNG 등 국내 대표 선사들이 새롭게 건조하는 선박에 메탈복스를 탑재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선박인 174K급 LNG 운반선의 경우 전체 길이가 270m에 달해 그동안 원활한 통신을 위해서는 20㎞에 달하는 유선 케이블과 수많은 네트워크 장비를 설치해야 했다. 또 설치 과정에서 사람 머리 크기의 구멍을 뚫어야 하고 정기적인 케이블 유지·보수도 필요했다. 그런데도 유선 케이블의 한계로 음영 구역이 다수 발생했다. 메탈복스를 활용할 경우 5㎏ 단말기 두세 대만 설치하면 174K급 LNG 운반선에서 음영 구역 없이 무선통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설치 편의성은 물론이고 가격도 유선 케이블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새롭게 건조 중인 선박에 적극 탑재되고 있다.”

해운 업계 외에 적용 가능한 분야는.
“메탈복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하다. 저온유통, 신선유통이라고 부르는 콜드체인 시스템의 중심에는 콜드체인 트럭과 창고 등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같은 의약품을 배송할 경우 금속으로 둘러싸인 적재함 내부 온도와 습도, 충격 등을 메탈복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원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스마트 빌딩이나 고층 빌딩을 건설할 때 통신 기지국을 별도 배선 없이 메탈복스로 이용할 수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서 활용하는 소방용 통신 장치 등도 메탈복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용 가능하다.”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트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던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트럭은 후방 안전장치 장착이 의무이지만, 트럭 주인(차주)과 화물 주인(화주)이 달라 매일 배차받는 트레일러가 달라진다. 트레일러 후면에 부착된 후방카메라를 매번 트럭에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볼 수 있는 어라운드 뷰 설치도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메탈복스에 카메라 및 모니터링 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후방카메라는 물론 어라운드 뷰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선 제품으로 탈·부착이 쉬워 매번 트레일러가 바뀌어도 쉽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주로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메탈복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한 가장 큰 이유가 산업 현장 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메탈복스를 활용해 안전사고를 줄이는 걸 사업 목표로 둘 정도다. 무선통신은 만약의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통신이 두절되는 걸 용인하는 문화가 산업 현장에 있는 게 사실이다. 중대재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산업 현장에서 메탈복스를 적극 활용해 안전사고가 대폭 줄어들길 희망한다.”

Company Info

회사명 지엔테크놀로지스
본사 울산 남구
설립 연도 2017년
창업자 박철균
주요 사업 금속체 무선 통신기 개발 등
직원 수 19명
누적 투자 유치액 31억원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