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머스크가 찍은 트위터 새 CEO 린다 야카리노 | ‘부드러운 카리스마’ 광고계 협상 전략가 “트위터 2.0 만들자”

전효진 기자 입력 2023. 5.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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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새로운 CEO로 임명된 린다 야카리노. 사진 AFP연합

‘벨벳 해머(Velvet Hammer)’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글로벌 소셜미디어(SNS)인 트위터를 이끌 새로운 CEO로 미국 미디어 기업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부문 대표인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가 지목되자, 외신은 이 같은 수식어로 그녀를 묘사했다. 벨벳 해머는 부드럽지만 꺾이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맡은 임무를 끝내 완수하는 여성 리더를 의미한다.

1962생인 그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계열사를 거쳐 2011년부터 컴캐스트 산하 NBC유니버설에 합류해 총 30년 이상의 광고계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애플, 버즈피드, 스냅챗,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외신은 “트위터의 광고주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등 CEO로서 당면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광고계 女 협상 전략가, ‘매출 타격’ 트위터 구원투수로

머스크 CEO는 5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위터의 새로운 CEO로 린다 야카리노를 맞이하게 돼 기쁘다”면서 “야카리노는 주로 비즈니스 운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공식 발표 하루 전, 자신의 트위터에 새 CEO가 곧 영입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녀(she)가 6주 내에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여성 CEO임을 암시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22년 10월 트위터 인수 이후 테슬라 운영에 소홀하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듯, 또 다른 트윗을 통해 “(트위터에서) 내 역할은 제품, 소프트웨어, 시솝(sysop·커뮤니티 관리자)을 감독하는 임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전환될 것”이라며 “야카리노와 함께 트위터 플랫폼을 모든 것을 위한 앱 ‘X’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후 중국 위챗을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한다며 블록체인,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등을 포괄할 수 있는 슈퍼 앱인 ‘X’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머스크로부터 후임자로 지목받은 야카리노는 5월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위터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녀는 “더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당신(머스크)의 비전에 오랫동안 영감받았다”면서 “(아직) 머스크만큼 팔로어가 많진 않지만, 이 플랫폼의 미래에 전념하고 있다. 여러분의 피드백은 그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위해 여기에 있다. 계속 대화를 나누며 트위터 2.0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썼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야카리노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재학 시절 NBC에서 인턴십을 한 이후, 줄곧 광고 판매·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2011년부터 NBC유니버설에서 근무하고 광고 판매 부문 최고책임자까지 올라 경력, 성과, 지도력 모두 검증된 인물이다. 당시엔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연봉에 따라 여기저기 옮기는 ‘잡 호퍼(job-hopper)’가 아니라 애사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캠페인을 만들었으며,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 태스크포스(TF) 의장을 맡는 등 업무 외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 머스크는 과거에 자신의 트위터에 WEF를 ‘선출되지 않은 세계의 정부(unelected world government)’라고 적으며 초청에도 응하지 않는 등 맹비난을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WEF와는 대척점에 있으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에서 야카리노를 임명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외신 “머스크와 광고주 분열, 임시 처방 역할 할 것”

야카리노는 머스크의 대표적인 우군(友軍)으로도 통한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이후 무더기 해고 등으로 비판받았지만 그를 지지했고, 머스크의 지론인 ‘표현의 자유 극대화’를 응원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열린 광고 업계의 한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머스크에게 트위터를 변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개인적 친분 외에도 미디어 업계의 광고 분야에 문제가 터지면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 온 점도 후임자 지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광고 대기업인 그룹M(GroupM)의 투자 책임자 매트 스위니는 야카리노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했고, 당시 광고주들이 광고 지출을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야카리노는 NBC유니버설에서 근무한 12년 동안 약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야카리노는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 도입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 출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광고주들과 개인적 친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익명의 취재원 말을 빌려 “광고주와 머스크의 분열된 관계에 ‘임시 처방(band aid)’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트위터의 상위 100대 광고주 중 24개 브랜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과 비교해 월평균 트위터에 대한 광고비를 80% 이상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37개 브랜드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아예 트위터에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았다. WSJ는 이와 관련해 “야카리노는 트위터 수익의 대부분을 제공해온 광고주들을 다시 끌어들여야 하는 등 CEO로서 당면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4월 1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IT 광고 콘퍼런스에서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NBC 글로벌 광고 및 파트너십 당시 대표인 린다 야카리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앞으로 트위터에선 머스크 ‘돌발 트윗’ 검열

야카리노 CEO가 취임함과 동시에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주주들이 울고 웃는 상황은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머스크가 경영 관련 내용을 올릴 때마다 테슬라 측 변호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침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월 15일 뉴욕 맨해튼 연방항소법원은 머스크가 SEC에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폭탄 발언’을 일삼으며 테슬라 주가를 요동치게 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테슬라 지분 10%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고 찬성과 반대를 묻는 설문 조사를 벌이자,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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