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트 코로나 관광 육성 시동 아프로디테의 고향 사이프러스 | 지중해 바닷속 수중 박물관부터 블루라군 요트 투어까지

사이프러스=양범수 조선비즈 기자 2023. 5. 29.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 사이프러스 아이아 나파에 있는 수중 박물관인 무산(MUSAN). 사진 사이프러스 관광청 2 3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사이프러스 파포스 북쪽에 있는 블루라군에 요트로 도착한 관광객들이 수영을 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3 3월 22일 찾은 사이프러스 파포스 지역 아프로디테 바위에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4 3월 23일 찾은 사이프러스 파포스 쿠리온 지역의 고고학 유적지에 있는 ‘테세우스 집’의 모자이크. 사진 양범수 기자

“우라노스의 피에 서린 사랑의 정기는 바다에 떨어져 거품이 되어 떠돌다가 한 섬에서 아름다운 여신을 빚어냈다.”

소설가 이윤기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신’은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rodite)’이고, ‘한 섬’이 바로 사이프러스다. 우리에게 사이프러스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분단국가 정도로 알려졌지만, 유럽 사람에게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신화 속 ‘미(美)의 여신’의 고향으로 묘사될 만큼 아름다운 섬이라는 이유에서다.

3월 20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마치고 4시간여를 비행한 끝에 사이프러스에 닿았다. 비행기 창밖으로 길게 이어지는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 녹색 섬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과연 미의 여신의 고향으로 꼽힐 만한 경관이었다.

경기도(1만171㎢)보다도 작은(9251㎢) 섬나라지만,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매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사이프러스를 찾았다. 영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여름이면 해수욕과 수상스포츠를,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산간 지역에서 스키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이 붐빈다. 자국의 추운 날씨를 피해 오거나 탐조(探鳥)나 자전거 타기 등 취미 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다양한 목적의 관광객이 사이프러스를 찾는다지만, 사이프러스 관광 자원 중 하나만 꼽자면, 단연 바다다. 온화한 기후에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해변이 즐비해서다. 날이 맑지 않은 3월 말이었음에도 한낮 기온이 섭씨 22도까지 올라 해수욕은 물론 ‘카이트 서핑’까지 즐기는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수도 니코시아를 제외한 사이프러스의 주요 도시들은 모두 해안을 따라 발달했다. 이 가운데 최대 휴양도시인 ‘아이아 나파’와 전통적 휴양지인 ‘파포스(Paphos)’에서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아이아 나파에 있는 ‘무산(MUSAN·Museum of Underwater Sculpture Ayia Napa)’이라는 수중 박물관과 파포스에 있는 ‘블루라군(Blue Lagoon)’ 투어다.

무산은 해변에서 200m 떨어진 수심 9m 바닷속에 나무와 사람 등을 표현한 조각품 93점이 잠들어 있는 박물관이다. 영국 조각가 제이슨 디케리스 테일러가 ‘환경’을 주제로 조성해, 2021년 8월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곳이지만,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보기 위해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곳이 됐다.

직접 박물관을 보기 위해 차가운 에메랄드빛 해변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헤엄치자 총을 들고 서로를 겨누고 있는 사람, 이파리가 없는 나무 형상의 조각들이 보였다. 차가운 바닷속, 부표에 매달린 쇠사슬이 물결에 흔들리며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면을 거쳐 내려온 햇빛이 기묘한 형상의 조각들을 비추는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파포스 크리소쿠우스 항구에서 섬 주변을 따라 한 시간 정도 요트를 타고 푸른 바다를 가르다 보면 사이프러스의 ‘블루라군’을 볼 수 있다. 푸른 호수라는 이름답게 옅은 녹색을 띠는 잔잔한 해변에서는 3월임에도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물놀이를 즐긴 한 영국인 커플은 “물이 아직 조금 차긴 하지만 즐겁다”면서 “3월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이 영국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바다가 아름다운 섬나라 사이프러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섬에 있는 유적들이다. 그리스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는 섬 곳곳에 다양한 유적이 분포해 있다.

이 가운데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로 알려진 파포스의 ‘파포스 지구’는 198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는 바위인 ‘페트라 투 로미우(Petra tou Romiou)’와 그녀의 신전은 물론, 모자이크 작품 등을 비롯해 신석기 시대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잘 보존돼 있어서다.

특히 페트라 투 로미우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순례 장소로 유명했다. 해안에 떠 있는 이 바위에는 ‘보름달이 뜬 밤에 알몸으로 헤엄쳐 바위를 세 바퀴 돌면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는 데다, 사랑의 여신이기도 한 아프로디테의 탄생지이기에 많은 연인이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불리는 파포스 쿠리온 지역의 고고학 유적지에 남아있는 오래된 모자이크들도 볼거리다. 대부분 그리스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작품들로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궁 속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가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 신의 시샘을 받은 여인이 괴물로 변해 마을을 부수고 사람들을 모두 죽게 만드는 전설 등이 형형색색의 돌로 재현돼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역사 유적을 바탕으로 한 사이프러스의 관광 산업은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는 GDP의 12.5%를 차지했다. 사이프러스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 여행 산업 전략 2030

(National Tourism Straregy 2030)’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관광객 450만 명을 유치하고, 관광 산업 수입 15억유로(약 2조1269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Plus Point
카타르항공, 당국, 관광 업계 협업 ‘스톱오버’ 프로그램
비행기 환승 기다리며 SUV로 사막 가로지르고 도심 투어

사진 카타르항공

스톱오버 프로그램은 세계적 허브공항인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사용하는 카타르항공이 도하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운영하는 여행 상품이다.

카타르항공을 통해 입국한 여행객 중 환승에 필요한 시간이 12시간 이상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사막 사파리’ ‘고래상어 체험’ ‘카이트 서핑’ ‘골프’ ‘시티 투어’ 등 20여 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카타르 관광 당국과 관광 업계가 함께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도하 시내의 4성급 이상 호텔을 1박에 최소 14달러(약 2만원)에 제공하기도 한다.

사막 사파리를 통해서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를 타고 도하 남쪽 사막을 둘러볼 수 있다. 차는 오프로드 경기 ‘다카르 랠리(Dakar Rally)’의 한 장면처럼 커다란 엔진음에 하얀 모래 먼지를 내뿜으며 가파른 사구(沙丘)를 오르내린다. 사막 한가운데 호수와 사막 끝 바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뭍을 볼 수도 있다.

시티 투어는 카타르항공의 전문 가이드가 동행한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카타르 국립박물관’부터 ‘수크 와키프(Souq Waqif)’의 전통 시장, 도하 시내의 고급 쇼핑 단지와 민속촌 격인 ‘카타라 문화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