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재보험사 설립하거나 대대적 자본확충 시급"
보험사들 수요 크게 느는데
재보험 설립 17년째 제자리
재보험료 해외유출 막으려면
국내 재무적 투자 이끌어내야
한국 재보험 시장에 국내외 자본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코리안리의 독점을 국가가 보장해준 국내 우선출재 제도가 1997년에 폐지되면서다. 국내 자본의 재보험사 추가 설립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그사이 글로벌 재보험사들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어 한국 재보험 산업 역량을 키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 자본을 통한 제2 재보험 설립 시도가 처음 이뤄졌던 것은 2006년이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공동으로 설립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 2008년에는 신한금융이 국민연금과 손잡고 재보험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신한금융이 투자자금의 약 30%를 부담하고 국민연금이 40%를 출자하는 계획이었지만, 이후 국민연금이 물러서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에는 KDB산업은행이 막강한 자금력과 국내 기업금융 노하우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2014년에는 금융감독원의 초대 보험 담당 부원장보인 김기홍 현 JB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설립을 시도했지만 자본 유치가 원활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추가 재보험사 설립에 대해 코리안리 측의 반대가 거셌지만, 독자적으로 민간 기업이 초기부터 막대한 자본을 마련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공공 영역에서 재보험사 설립 시도가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국내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재보험사들은 애초에 코리안리의 10배가 넘는 자본을 갖추고 전 세계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어 이 같은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기 때문에 신규 업체가 뛰어들면 코리안리를 중심으로 짜인 영업망을 뚫는 게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 전업재보험사지만 대주주의 지분 희석(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자본을 충분히 확충하지 못했고, 현재처럼 천문학적 금액의 재보험료가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재보험 업무를 맡은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재보험사들의 국내 사무소에 전문성 높은 한국 인력들이 많이 확충돼 있다"며 "굳이 한국 국적의 재보험사를 거치거나, 이들 상품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재보험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을 감안하면 자본 유출 피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 전업재보험사 신설이 10여 년간 실패를 거듭하자 금융당국에서도 코리안리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재보험 육성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2020년 금융위원회는 재보험업 허가 종목을 세분화하고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재보험업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은행권에서 이슈가 됐던 '스몰 라이선스' 도입과 유사한 전략으로, 분야별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한 강소 재보험사가 등장할 여건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결국 한국 보험 시장 성장에 발맞춰 재보험 산업도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이 쉽지 않다면 코리안리가 유상증자를 포함한 대대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코리안리 오너 일가가 지분율 하락을 우려해 유상증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국내 대형 일반보험사들에서 재무적 투자를 받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한다고 해도 코리안리 오너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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