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여왕? 골프 오뚝이로 불리고파"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5.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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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채리티 우승 방신실 인터뷰
갑상샘항진증 등 어려움 극복
'할 수 있어' '신실아 자신있게'
확신 갖게 한 마법의 주문
5년 안에 LPGA 주무대 삼고
세계 1위·올림픽 金 최종목표
조건부 시드권자에서 KLPGA 투어 우승자가 된 방신실은 갑상샘항진증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박태성 작가

골프 여제와 장타 여왕, 골프 천재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오뚝이'라고 불리고 싶은 프로골퍼가 있다. 지난 28일 조건부 시드권자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자가 된 방신실(19)이다.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300야드 장타와 정교한 퍼트 실력까지 겸비한 슈퍼스타가 탄생한 만큼 방신실은 골프팬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방신실은 29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연락을 이렇게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휴대폰 알람이 계속 울리고 뜨거운데 기분은 좋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승해 휴대폰에 불이 나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방신실의 커리어를 보면 힘든 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2020년 갑상샘항진증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KLPGA 투어 정규시드전에서 40위를 차지하며 풀시드 확보에 실패했다. 시드 순번으로 인해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조건부 시드권자가 된 방신실은 독하게 마음먹었다. 드라이버샷 거리를 300야드까지 늘린 그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퍼트와 그린 주변 어프로치 등을 보완했고 올해 5번째 출전 대회인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방신실은 "지난겨울은 골프를 시작한 뒤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심적으로 답답하고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다행히 마음을 다잡았고 올해 목표로 했던 몇 가지를 생각보다 빠르게 이뤘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선전의 원동력으로 꼽은 한 가지는 샷과 퍼트에 앞서 가슴속으로 외치는 주문이다. 방신실은 "'나는 할 수 있다' '쫄지 말고 자신 있게 신실아'를 외치는 프리샷 루틴이 생겼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마법의 주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가 탁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LPGA 투어 최단 기간 통산상금 2억원을 돌파하는 등 골프팬들에게 남다른 존재감을 각인시킨 방신실이 '오뚝이'라는 수식어를 욕심내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방신실은 "'골프 여제'나 '장타 여왕' 등보다 내 이름 뒤에는 '오뚝이'가 붙으면 좋겠다"며 "골프라는 게 언제나 잘 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힘차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프로골퍼가 되고 싶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며 "언젠가는 꼭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을 돕고 싶다. 박인비와 전인지, 최경주 선배와 같이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E1 채리티 오픈 우승으로 올해 최우선 목표였던 정규투어 출전권 확보를 달성한 방신실은 다시 한번 우승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아니었던 만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 기회가 된다면 남은 시즌 한 번 이상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스폰서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내셔널 타이틀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가 가장 욕심난다. 두 대회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방신실은 5년 안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다. LPGA 투어는 골프를 시작한 뒤 가슴속에 품고 있던 오랜 꿈"이라며 "앞으로 세계랭킹 상위권자 자격으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려고 한다. 피나는 노력으로 KLPGA 투어 우승자가 된 것처럼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두 가지 목표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골프팬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아 연예인이 된 기분"이라고 밝힌 방신실은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등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팬클럽이 생길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름이 붙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정할 수 있다면 행복한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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