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기시다 강연에 등장한 '중요한 이웃'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2023. 5.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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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협력할 주요 국가로
아세안과 함께 한국 꼽아
최근 급격한 관계 변화엔
北 대응 안보협력 여론 등
서로에 대한 '필요성' 작용
韓, 관계개선 성과 보여줘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협력을 개별적으로 언급하네요. 좋지 않아요?"

지난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일본 도쿄 행사장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의 한 대사가 이런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행사에서 기시다 총리는 32분여간 이어진 강연 말미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설명하며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아세안·남아시아·태평양 도서국 등 3개 지역과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과 함께 한국을 꼽았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두 달간 세 차례 한일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을 언급하며 "구체적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이라고 평가받던 1~2년 전만 해도 일본 총리 입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았던 발언과 반응이다.

일본에서 몇 년간 최악의 한일 관계를 지켜봐온 입장에서 12년간 끊겼던 셔틀 외교를 두 달여 만에 복원시킨 최근의 관계 개선 속도는 숨 가쁠 정도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관계가 달라진 데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국제 정세 등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필요'가 작용했을 것이다. 전문가 진단처럼 미·중 마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혼란 등 엄중한 환경에서 출범한 한국 새 정부는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가는 데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북한 대응 등 여러 면에서 자국 안보와 이익을 위해 한국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빠르게 반응했을 것이다.

일본을 움직인 '필요'의 예를 하나 들자면 북한 미사일이 있다. 지난 4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추적 레이더에서 한때 사라졌고,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 일부 지역 등에 피난 경보를 내린 것은 미사일이 발사된 지 30여 분 후였다. 비단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저고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일본은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휴전선 주변 등으로 집중적으로 레이더를 배치해놓고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 레이더는 '구형의 지구' 특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사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북한 움직임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가 최악인 때에도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안보 면에서 한국과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이 있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 한일이 북한 미사일 탐지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이를 관계 개선의 효과로 주목하는 듯하다.

최근의 한일 관계와 정부 정책을 두고 여론이 엇갈려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의 의미를 보여주는 좋은 방법은 국민이 체감하고 여론이 바라는 성과를 내는 게 아닐까 싶다. 협력과 협상을 통해 '최악의 한일 관계 시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국익 실현' 방법을 찾아내가면 여론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김규식 도쿄 특파원 kim.kyu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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