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오염수와 방류수

2023. 5.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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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후쿠시마 방류수 문제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도쿄전력이 제공하는 자료에 허위가 없고 이미 공표된 방류 절차와 기준이 확실히 지켜진다는 대전제하에 이 문제에 대해 필자가 파악한 객관적인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오해와 오판은 어민과 수산업계에 무고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자로 하부에서는 지하수 유입에 의해 매일 약 100t의 고방사능 오염수가 생겨난다. 이 오염수는 세슘, 스트론튬과 같은 고방사성 물질을 1차로 제거하는 단계를 거쳐 ALPS라는 다핵종 여과장치로 들어가 정화된다. ALPS 장치는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이온 형태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다. 신형 ALPS 장치는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방출 기준치 이하가 되도록 걸러내지만 물 분자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한다. ALPS 장치로 정화한 오염수를 이른바 'ALPS 처리수'라고 한다. ALPS 처리수가 현재 1000여 개의 탱크에 저장되어 있다. 저장수의 약 70%는 신형 ALPS 작동 이전에 처리된 것으로 삼중수소 이외의 핵종도 배출 기준치를 초과한다. 도쿄전력은 이 70%에 대해서도 재정화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핵종들을 기준치 이하로 확실히 낮출 거라고 천명하였다.

ALPS 처리수의 삼중수소 평균 방사능 농도는 리터(ℓ)당 62만베크렐(㏃/L)이다. 이는 배출 기준치인 6만㏃/L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ALPS 처리수는 아직 오염수라 할 수 있다. 다만 정화 전 오염수보다는 비교가 안 되게 낮은 저방사능 오염수다. 이 삼중수소 오염수는 세계보건기구의 삼중수소 음용 기준치인 1만㏃/L보다 62배나 방사능이 높기 때문에 상시 음용하는 식수로 사용하면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음용 기준치는 그 농도의 삼중수소 함유수를 매일 2ℓ씩 1년 365일(연간 730ℓ) 마실 때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이 연간 피폭 선량 제한치인 1밀리시버트의 10% 이하가 되도록 정해진 값이다. 이 정의를 보면 기준치 초과 오염수도 그 양이 충분히 적다면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음용 기준치의 약 7분의 1인 1500㏃/L 이하가 되도록 희석시켜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62만이 1500이 되려면 약 420배의 물로 희석시켜야 한다. 오염수는 이렇게 대거 희석되어 방류수가 된다. 이러한 방류수가 수년 뒤 우리 해역에 도달하면 삼중수소 농도가 0.000001㏃/L로 대폭 줄어든다는 계산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는 보통 바닷물에 상존하는 삼중수소의 농도인 0.1㏃/L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강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1㏃/L 수준임을 고려하면 바닷물에서 이 정도 극미량의 농도 증가는 무의미하다.

이러한 분석은 공표된 방류 기준이 향후 잘 지켜짐을 기본으로 한다. 일본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관련국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방류체계 불시 점검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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