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우리 축구가 비긴 것만 기억해서는...몰랐던 감비아를 알게 됐다
오광춘 기자 2023. 5. 29. 17:27
처음엔 잠비아인 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여럿이었습니다. 잠비아도 낯익은 상대는 아닌데 감비아는 너무 낯설었습니다. 아프리카 축구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죠. 처음 마주하는 낯섦, 상대를 잘 모르는 막연함이 불안을 던졌습니다. 더구나 감비아는 앞선 경기에서 온두라스를 잠재웠고 프랑스마저 무너뜨렸으니까요. 역시 잘했습니다. 우리 축구의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은 0대0으로 끝이 났지만 감비아는 점유율에서 앞섰습니다. 위협적인 슛도 더 많았습니다.
영국 언론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감비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72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감비아의 빈곤층 비율은 2022년 53%로 2019년(45.8%)보다 높아졌습니다.
지금껏 쌓아온 축구 유산 역시 미미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20위. 월드컵엔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이 눈에 띕니다. 2021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처음 출전해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20세 이하 월드컵도 조 1위, 무패로 16강에 나섰습니다.
축구에 대한 인기, 축구에 대한 의존, 축구를 향한 열망은 작고 가난한 나라의 크기를 뛰어넘습니다. 감비아 축구리그는 열악할지라도 3부리그 체제로 운영됩니다. 축구는 빈곤을 뛰어넘는 사다리로 쓰일 수 있습니다. 유망한 선수들은 유럽 축구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죠. 공격수 아다마 보장(19)은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활약으로 이미 유럽 주요 클럽의 타깃이 됐습니다.
축구는 서구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과 함께 세계 곳곳에 뿌려졌죠. 새롭게 정복한 나라를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축구 역시 활용됐습니다. 식민지 국가의 사람들에게 질서와 규율의 필요성을 알리는 좋은 도구였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식민국가를 위한 통치 방식 중 하나였던 그 축구는 이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감비아를 세계에 알리는 하나의 신호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못지않게 승승장구하는 감비아 축구의 이번 여정을 주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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