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광기와 미신이라는 毒의 해독제는 과학이다

박봉권 기자(peak@mk.co.kr) 2023. 5.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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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사드참외 가짜뉴스 이젠 원전오염수 공포 키워 또 한번 괴담으로 밝혀질 것

"최악의 방사능 투기 테러, 방사능 밥상, 임산부가 덜덜 떨어."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 오염 처리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왜곡 선동대로라면 전 지구적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조만간 태평양이 방사능 범벅인 바다가 돼 절단 나고, 해산물은 아예 입에 대서도 안 될 듯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푸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바다가 오염될 게 뻔하다"고 했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도 못 먹을 판이다. 하지만 과학적 잣대로 보면 '뇌 송송 구멍 탁' 광우병 수준의 괴담일 뿐이다. 한마디로 황당 소설이다. 반대를 하더라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일본이 싫고 국내 여론이 안 좋아도 위험성을 침소봉대하고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이라며 비과학적 생떼를 써봤자 명분만 잃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학적으로 접근해 필요 이상의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위정자가 할 일이다. 그런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되레 공포 마케팅에 여념이 없으니 무책임하다. 이 대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 1ℓ를 마실 수 있다'고 한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헛소리'하는 사람으로 매도했다. 앨리슨 교수는 한평생 방사선에 천착한 석학이자 국제 방사선계 권위자다. 이만큼 마시면 체내 자연 방사선이 80% 늘지만 X레이 촬영 시 피폭량보다 턱없이 낮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거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X레이 촬영의 10분의 1, 전복 3분의 1마리를 먹을 때 피폭되는 수준'이라는 수치를 제시해 신뢰를 더했다. 삼중수소는 2주일 내에 자연 배출된다고 한다. 이건 헛소리가 아니라 과학이다. 반면 이 대표 말에는 과학이 없다. 근거를 가지고 반박해야 하는데 그냥 무작정 '위험하다'는 '뇌피셜'로 공포만 조장할 뿐이다. 진짜 헛소리는 누가 하고 있나. 답은 너무도 자명하다. 무엇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한동안 무방비 상태로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들었지만 우리 연안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었다. 올여름께 방류될 예정인 오염수는 그때보다 방사성물질이 600~100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어든 데다, 추가로 방사성물질을 제거한 뒤 400배로 희석해 30년간에 걸쳐 서서히 방류한다. 이게 해류를 타고 4~5년 뒤 극히 일부가 한반도 근처로 올 수 있다는데, 이걸 가지고 12년 전보다 더 위험하고 '우리 바다가 오염될 게 뻔하다'고 주장할 수 있나. 이건 과학 하는 자세가 아니라 궤변이고 억지일 뿐이다. 이젠 아예 우리를 포함해 176개 회원국이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도 못 믿겠다고 한다. 상식적이지 않다. 국제적인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과학적 논리로는 판판이 밀리니 결국 '원전이 그렇게 좋으면 네 집 앞에 지어라'는 막가파식 감정적 대응이다. '오염수 너나 마셔라' '대통령실 식수로 주문하라'는 건 너무 유치하지 않나. 이들 반과학 세력에 과학과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 공포를 악용한 괴담으로 코인·돈봉투에 쏠린 관심을 오염 처리수로 돌리고, 반일 몰이로 국정을 흔들겠다는 적개심만 번뜩인다. 이제 상식 있는 국민은 광우병과 사드참외가 괴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오염 처리수도 방류 후 후쿠시마 앞바다 물을 떠 방사능을 측정해보면 얼마나 허무맹랑한 괴담이었는지 바로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그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심각한 국론 분열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과학적 혹세무민 탓에 수산물 소비가 줄면 어민·횟집 등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리 사회가 잇단 괴담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비과학이 과학을 구축하는 참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는 '과학은 광기와 미신이라는 독에 대한 위대한 해독제'라고 했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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