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인이 박인' 경찰의 데폭 대응
우리말에 '인이 박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인이 박여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들을 나열하자면 수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연인이나 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나 안일한 사회 인식이 특히 '고질적'이다. 매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데도 당시만 잠시 호들갑을 떨 뿐, 도통 나아지지 않는다.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한 여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피의자는 재회를 요구하며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해왔는데, 피해자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악의를 품고 경찰 조사 직후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약 1시간 만에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찰은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조사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신고를 단순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해 피해자 보호와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에 소홀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 아동학대 등에서 접근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연인 사이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 등 이미 여러 법률이 마련된 상황에서 경찰이 피의자의 행위를 스토킹 범죄나 가정폭력으로 보는 등의 적극적 대처가 있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징후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범행 이전에 보인 스토킹 행위였을 것이다. 징후가 있는 사건들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매년 연인 간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은 꾸준히 증가해 형사 입건된 건수는 2020년 이후 2년 새 43% 급증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데이트 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이 박인' 안일한 생각을 버리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인이 박인 습관을 버릴 때야말로 사건 발생의 징후를 파악해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의 손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나오는 일을 막을 수 있을 테다.
[박나은 사회부 nasilv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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