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태평양 대륙
열도(列島)도 아니고 대양(大洋)도 아니다. 태평양도서국들은 그들 스스로를 '대륙(大陸)'이라 고 부른다. 이른바 '태평양 대륙(Pacific Continent)'. 이 지역협력체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향후 발전계획을 담아 내놓은 미래 비전 이름도 '2050 푸른 태평양 대륙 전략'이다. 광활한 바다 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섬나라 연합이 스스로를 '대륙'이라 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4개 태평양도서국의 인구는 모두 합쳐도 전 세계 인구의 0.15%밖에 안 되지만 PIF 회원국 전체의 배타적경제수역 면적을 합치면 4000만㎢. 미국·캐나다에 중국과 유럽연합(EU) 영토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넓다. 덩치로 보자면 여느 대륙 못지않다는 의미다. 그 뒤엔 아시아나 유럽 대륙에 맞먹는 고유의 정체성과 연대의식이 숨어 있다. 종교나 문화로는 한 나라나 다름없다. 각자 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하나의 대륙처럼 뭉쳤을 때 목소리가 커진다는 그들만의 전략적 함의다.
'태평양 대륙'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미·중 갈등 때문이다.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가 2019년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대만은 이제 전 세계 14개국밖에 남지 않은 수교국들을 지켜내야 하는데 그중 4개국이 이 지역에 있다. 외교 압박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고 호주를 코앞에서 압박하고 있다. 미국도 뒤늦게 솔로몬제도에 상주 공관을 설치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지역 정세는 복잡할 대로 복잡해진 후다.
태평양 대륙 정상들이 29일 처음으로 서울에 모였다. 하지만 이들 중 한국대사관이 나가 있는 나라는 단 2곳뿐이다. 미국과 중국이 8개, 일본이 10개씩이나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만에 세계 질서가 본격적으로 부닥치는 곳이 태평양대륙이라면 우리도 서둘러 대사관을 만들고 외교력을 키우는 게 맞는다. 언제까지 남의 귀에 의존하고 살 순 없지 않겠나.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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