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뜨거운 감자'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2023. 5.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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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 노조들이 올해 단체교섭 테이블에 정년 연장을 올리기로 하면서 정년 연장이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기업 노조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2~5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에서는 인건비 증가와 신규 채용 위축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안을, 현대차 노조는 64세 정년 연장 요구안을 확정했다. 삼성그룹 노조도 임금피크제 폐지와 함께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조선·철강 업계에서도 정년 연장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60세 정년'은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면서 60세에 퇴직할 경우 5년간 '연금 크레바스'가 발생하게 된다. 더 오래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이슈다. 일본은 법적 정년이 60세지만 2012년부터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해 상당수 일본 기업은 정년 후에도 근로자들을 재고용하고 있다. 정년 연장이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월급이 증가하는 현행 호봉제 임금체계 아래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 노동 유연화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현행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역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지만 노동계 대화 주체인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으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이 임금체계 개편을 외면한 채 정년 연장만 고집한다면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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