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현대판 책가도
묵직한 양장판 책들이 쌓아 올려진 가운데 찢어진 화면, 그 속에 미키마우스처럼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숨어 있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현대판 책가도다. 책을 구조적으로 쌓는 방식으로 평면회화를 탐구해온 화가 김성호(43)의 개인전 'RETROTOPIA'가 서울 종로구 통인화랑에서 6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신작 'volume tower'(2023)는 장미셸 바스키아, 구스타프 클림트, 호안 미로 등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대가의 조형언어를 적절히 뒤섞어 흥미롭다. 실제 존재하는 책이라기보다 작가가 설정한 대가들의 요소를 임의로 편집하고 버무린 것이다. 서로 부딪힐 만큼 강력한 시각적 요소를 조화롭게 엮어내는 데서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책갈피 같은 리본이 늘어뜨려져 그림자를 만들고 현실성을 극대화한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평면구조가 완성된 것은 작가가 서양 고전 회화처럼 캔버스에 얇은 유리막 같은 오일(유채물감)을 겹쳐 색이 선명하고 깊어지는 방식을 고수한 덕분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성호는 "실재하는 책일 필요는 없고 장난감 미니어처나 추억의 이미지를 떠올려 활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인간의 지식과 역사를 품은 책 표지를 활용해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정보가 범람하는 우리 사회를 표현하고 싶었단다. 과거 작품에 극사실주의처럼 표현했던 입체 장난감 형상 유년의 기억은 이제 찢어진 종이 사이에 숨은 만화 캐릭터 이미지로 진화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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