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도 삶은 계속 … 죽은자와 동행한 신라 토기
경주 황남동 무덤서 발굴한
토기 97점 복원해 첫 공개
1600년 전 신라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동물과 어울리고 사랑하는 장면을 흙으로 빚은 토기 뚜껑 위에 아로새겼다. 한국 고대의 장송의례를 엿볼 수 있는 이 토기 위의 장식들은 신라와 가야의 무덤 속에 갇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오는 10월 9일까지 신라 토기의 세계를 조명하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을 연다.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삶을 위해 무덤 속에 넣은 상형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를 조명한다.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전시한다. 이 중 97점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주 황남동에서 공사 중 수습된 것으로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복원해 최초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상미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을 토대로 각각 흩어진 상태의 토우 장식과 토기를 하나씩 맞춰 97점을 복원했다"면서 "20여 년에 걸쳐 복원했는데 토우 뚜껑 하나에도 장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더라"고 감탄했다. 상형토기는 흙으로 빚은 그릇으로 주로 동물이나 인물 등을 표현했다. 몸통이 비어 있고 술과 같은 액체를 따를 수 있어 제의용 그릇으로 유추된다. 5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지역 최고 수장층의 무덤에서 최근 발굴되어 2022년 보물로 지정된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의 상형토기 일괄' 5점이 전시의 첫인사를 건넨다. 20점이 넘는 새 모양 토기가 곧이어 등장한다. 새는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는 존재로 여겨 다양한 형태의 새 모양 토기를 만들고 망자의 곁에 뒀다. 죽은 이의 영혼이 저 너머 세상까지 무사히 가도록 바란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최근 한 무덤 안에서 다량의 토우 장식 토기가 발굴되어 주목받은 경주 쪽샘 B지구 6호 무덤 일괄품을 전시하는데 이 발견을 통해 황남동 유물의 연구가 진척될 수 있었다. 이 학예사는 "5개의 무덤 중 1개에서만 토기가 나온 걸로 보아 당시 왕족과 귀족의 무덤으로 추측되며 6세기 이후 불교가 도입되고 토우 문화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보인 '경주 금령총 말 탄 사람 토기' 등 중요 유물을 만날 수 있고,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인 삼국시대 집 모양 토기도 전시됐다. 등잔을 축소해 만든 토기에는 촛불을 켜는 대신 방처럼 아늑한 공간에 영상을 통해 촛불을 밝혀 '불멍'을 할 수 있게 꾸몄다. 명소가 된 '사유의 방'을 연상시킨다.
국보인 토우 장식 긴목 항아리는 전시에 등장한 인물과 동물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귀한 볼거리다. 개구리 뒷다리를 무는 뱀이 반복되어 표현된 옛 설화를 품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천으로 시신을 덮고 울고 있는 여인의 작은 조각인 '죽음의 순간을 지키는 사람 토우'가 작별 인사를 건넨다. 이 학예사는 "피에타라고 별명을 붙인 조각이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슬픔은 가장 원천적인 감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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