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부채한도 협상 타결한 미국···좌파·우파 모두 반발, 의회 진통 예상
미국 정부가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8일 앞두고 대재앙을 면하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은 28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 협상과 관련해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타협안은 의회 추인을 거쳐야 하는데, 공화당 강경 우파와 민주당 좌파가 모두 반발하고 있어 의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AP통신·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공화당과의 협상 타결 합의를 선언했다. 재무부가 다음달 5일로 예고한 디폴트 시한을 겨우 8일 앞두고 나온 합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타결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최악의 위기인 채무불이행을 막는 것”이라며 “나와 매카시 의장은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 초당적 합의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하원이 합의안을 즉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의회 협조를 당부했다.
부채한도 상향 합의문은 99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다음 대통령 취임 시기인 2025년 1월까지 현재의 정부 부채상한선(31조4000억달러)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2024 회계연도 지출은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한다. 국방비 지출은 2024 회계연도 8860억달러, 2025 회계연도의 국방비 지출은 8950억 달러로 제한된다. 일부 연방 정부 복지 수혜자에 대해 근로 요건을 강화하고,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19 예산은 환수하기로 했다.
공화당은 환경문제로 중단된 천연가스 운반시설인 마운틴밸리 파이프라인의 완공을 앞당기는 방안도 받아냈다고 더힐은 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모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한다”며 공화당의 양보를 인정했지만, 의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면서 공화당의 정치적 승리를 주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내년 재선을 노리기 전에 또 다시 부채 한도 싸움에 직면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했다.
하원 의원들은 합의안을 표결에 부치기 전에 최소 3일 동안 검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72시간 동안 공식적으로 검토기간을 갖게 된다.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9일)까지 휴회하는 의회는 오는 31일 추인 절차에 들어간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법안이 하원 통과에 필요한 과반 의석인 218표를 얻기 위해선 최소 111명의 공화당 의원과 107명의 민주당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공화당 강경 우파와 민주당 좌파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의회 통과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댄 비숍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름뿐인 공화당(RINOS)이 매카시를 축하하고 있다”며 “부채한도 상향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고 밝혔다. 켄 벅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기본적인 사실은 미국이 2025년 1월에는 350조달러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의회 진보 모임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백악관을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은 우려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회안전망 정책에서 후퇴하고 환경문제에서도 양보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진보주의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통해 ‘초당적인 이미지’를 챙겼지만 민주당 내에서 지지기반이 약해지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당시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공화당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화나게 한 적이 있다”고 되짚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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