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하방운동’ 연상…중, 최악 청년실업에 대졸자 농촌 보내기 캠페인

이종섭 기자 2023. 5.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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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정부 “실업해소, 낙후된 농촌 활성화”
대학 졸업생의 농촌 취업 프로그램 확대
중국 충칭시에서 지난달 개최된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려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캠페인을 가속화하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반응과 농촌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반응이 엇갈린다.

중국 각 지방정부가 대학 졸업생의 농촌 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남부 광둥(廣東)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광둥성은 2025년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청년들을 유입시켜 낙후된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동부 장쑤성도 기존에 5개 저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했던 대졸자 농촌 취업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성 전체로 확대했다. 장쑤성은 매년 최소 2000명의 대졸자를 농촌으로 보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광둥성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회의 펑펑 회장은 “도시 젊은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전례 없는 대졸자 수 영향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촌 취업 정책은 청년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주고 청년들의 재능과 기술이 필요한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 청년들에게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으라고 권유한 바 있다. 이후 청년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자 각 지역에서 대졸자 농촌 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2월 18.1%에서 3월 19.6%로 높아졌고, 4월에는 20.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대학 졸업자가 1158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취업난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올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농촌 취업 정책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관료화를 막기 위해 당·정·군 간부나 지식인, 학생 등을 농촌과 공장으로 보내 일하도록 했던 ‘하방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펑 회장은 “현재 캠페인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농촌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며 과거 사람들이 지정된 지역에 갈 수 밖에 없었던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한 대학에 다니는 황모씨는 SCMP에 “농촌 지역에서 직업적 비전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농촌 취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다”며 “대부분 농촌에서 정부 기관의 보조적 위치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창업을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에서 교사로 일하다 고향인 저장(浙江)성의 시골 마을로 돌아간 20대 왕모씨는 “농촌에 대한 정부 투자가 늘어났고 생활비는 적게 들며 느린 생활 속도도 큰 장점”이라며 “농촌에서는 집을 빌리거나 사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마음도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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