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세 번째 이야기[출판 숏평]
■에이징 솔로(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결혼하지 않는 자, 안락한 삶을 꿈꾸지 말라! 평생 함께할 영원한 내 편도, 삶의 보람이 돼 줄 자식도 없다면, 늙고 병들 여생 내내 고독하리라.’
사회가 정한 경로인 ‘정상가족’에서 벗어나 비혼을 택한 여성에게는 저주와도 같은 경고가 쏟아진다. 경고에 움츠러든 이들을 저자는 미처 지도 위에 그려지지 못한 오솔길로 안내한다. 모든 불안과 고민을 먼저 겪은 선배들이 개척한 ‘솔로’의 길로. 그 길은 가족주의를 넘어 친구·이웃·공동체라는 연대의 고리로 촘촘히 엮은 그물망으로 만들어졌다. 선배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세상에 울려 퍼질 돌림노래의 첫 마디가 될 것이다. 결혼하지 않을 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황예린 / 출판 칼럼니스트, 9N비평연대 소속,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우리 아들이 이 세계 전생을 한 것 같아(카네모토 지음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어느 날,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찾아와 말했다. “내 아들이 죽은 게 아니라 이 세계에서 환생을 한 것 같아.”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면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이들의 마법 같은 이야기에 귀 기울일 뿐, 용사가 돼 다른 세계로 떠난 이들의 남겨진 가족에 대해서는 상상해 본 적 없다. 그러나 재해처럼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고통을 견뎌내고, 상실 그 이후의 세계를 멋지게 살아내는 우리야말로 진짜 ‘용사’들이 아닐까.(박소진 / 문화평론가, 웹소설작가, 9N비평연대 소속,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스몰 플레저(클레어 챔버스 지음 / 허진 옮김 / 다람)
작은 즐거움(Small pleasure)은 단조롭고 무기력한 삶에 불현듯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의 불행을 음미하는 순간 입속에서 터져 흐르기도 하며 더 큰 즐거움을 찾게끔 실마리가 돼 주기도 한다. 스몰 플레저는 읽는 내내 가슴을 치고, 손톱을 물어뜯고, 한숨을 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의 서사에서는 우리 사회의 변방으로 흩어진 여성들과 같은 냄새가 난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억압에서도, 서로 다른 형태의 사랑에서도 낯설지 않은 그런 냄새가.(김정빈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소속,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매니페스토(Manifesto』 / 김달영 외 지음 / 네오북스)
일러스트와 소설, 번역과 기사 쓰기까지. 분야별 생성형 인공지능의 거듭되는 진화로 창작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생각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또 인간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침략자이자 포식자가 아닌, 창작의 파트너로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ChatGPT와의 협업으로 쓴 소설들이 수록된 이 단편집에는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을 창작 도구이자 협력자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퇴보시키는 것이 아닌, 그 내적·외적 성장을 앞당긴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인간이요, 창작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도 인간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마음이 꺾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소속,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모던의 시대 우리집 - 레트로의 기원(최예선 지음 / 모요사)
모던의 시대 우리 집은 내 머릿속에 주춧돌을 쌓고, 기둥을 세우고, 마루를 깔고 지붕을 올려 결국 나를 누군가의 ‘우리 집’에 눕혀 놓는다. 눈을 감고 마루에 누워 있노라면 역경의 시대를 버티며 제 모습을 굳건하게 지켜온 것들이 기특하게만 느껴진다. 온돌이라든가, 기왓장의 모양이라든가, 우리의 기억이라든가. 읽는 내내 책의 냄새는 집의 냄새로 변해 내 코끝을 찌른다. 그 냄새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 집’의 모양이 언제 어떻게 왜 존재했고, 또 무엇이 살아남아 우리의 곁에 있는지를 말하며 점점 진해진다. 이 집도 저 집도 어떤 시간을 거쳐 왔길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할까.(이승진 / 문화비평가, 건축비평, 9N비평연대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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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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