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관위 '제 식구 봐주기' 특혜 면직…노태악, 국민 질타에 귀 닫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인사들을 면직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여당이 "제 식구 봐주기 특혜면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태악 선관위원장도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논평을 통해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이번주 면직 처리될 예정이라고 한다"며 "북한 해킹시도를 방관한 것과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질타에도 '법적 책임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고 큰소리 치다가 마치 책임지는 것처럼 사퇴하면서도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 등의 혜택은 그대로 누리겠단 심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으로 뻔뻔하다. 매번 처음엔 아니라도 하다가 비판이 거세지면 대단한 결심인 것처럼 '꼬리자르기 탈당'으로 조사와 징계를 무력화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사퇴와 상관없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징계 또는 수사 요청 등 합당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던 말은 그저 국민 눈속임용 다짐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고위간부 자녀들의 면접 때 동료들에게 자녀들의 면접 사실을 알렸다는 보도에 이어 어제(28일)는 당시 면접관들이 대부분 최고점을 줬던 사실도 드러났다"며 "하지만 선관위는 그럼에도 버젓이 '특혜 채용은 없었다'고 자체감사결과를 내놓았었다. 이쯤 되면 자녀 특혜채용의 시작부터 자체감사와 사퇴에 이르기까지 '꼼수와 특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 수석대변인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매일같이 선관위 문제가 보도되고 국민적 분노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노 선관위원장은 사퇴는 커녕 흔한 유감 표명 한 마디가 없다"며 "헌법기관이란 갑옷을 입고 국민들의 엄중한 질타에도 귀를 닫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선관위가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을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는데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퇴직하도로 길을 열어주는 것은 제 식구 봐주기 특혜면직"이라고 적었다. 파면·해임이 아닌 의원면직의 경우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에 불이익이 없다는 점에서다.
정 의원은 "원래 내부 감사나 조사 진행 때는 해당 공무원을 임의로 면직할 수 없지만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이 규정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특혜면직이 가능한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방대한 조직과 선거사무에 관해 수사기관에 준하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선관위는 내부 문제에 관해선 윤리 자정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로 선관위의 비대한 특권에 대한 대수술은 물론 정치적 중립을 위한 외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먼저 선관위를 자정불가, 회생물능의 위독한 지경까지 방치한 선관위원장이 하루빨리 거취를 결단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의 자녀가 각각 지난해와 2018년 경력직 공무원에 채용됐단 사실이 드러나며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또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자녀도 2020년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등 총 6건의 전·현직 고위간부 자녀가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사무총장과 김 전 사무총장이 자녀 채용승인의 최종 결재자였고, 6명의 간부 모두 채용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녀 특혜 의혹의 대상이 돼 온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국민적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 결과에 상관없이 현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금주 중으로 면직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이 역시 징계성 면직이 아닌 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인 것으로 알려져 재차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는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관리부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관위가 기둥부터 썩어있었던 게 드러남에도 책임져야 할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뻔뻔하게 자리를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원장의 거취표명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이 선관위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경악할 만한 자녀채용 특혜나 북한해킹 같은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면 선관위원장으로서 응당 국민에게 사과 의사를 표해야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단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어 "사과한 이후엔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원 조사를 적극 수용해 선관위 내부의 여러가지 비리나 의혹을 철저히 밝혀 선관위를 진정한 헌법기관으로 만드는 게 본인의 책임"이라며 "그런 조치 없이 침묵을 일관하는 것은 책임 방기에 불과하단 점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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