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화산 폭발로 위성통신·GPS도 끊겼다
폭발 직후 전리층 적도 플라즈마 거품(EPB) 현상 발견
위성 통신 위협...태양계 화산 분석에 활용 가능성 확인
지난해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전리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인공위성 통신과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끊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번 연구로 향후 화산 폭발에 따른 위성통신과 GPS 서비스 중단을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태양계 다른 행성에서 일어나는 화산 폭발을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나고야대 대기과학과 신보리 아츠키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통가 화산 폭발로 발생한 압력파가 저위도 지역의 전리층이 불균일해지는 현상인 ‘적도 플라즈마 거품(EPB)’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2일 밝혔다.
적도 플라즈마 거품은 저위도 지역 전리층의 플라즈마 밀도가 불균일해지는 현상으로, 주변의 플라즈마 밀도에 비해 좁은 영역에서 플라즈마 밀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지상과 위성, 위성 간 무선 통신 신호를 방해하고 GPS 신호가 끊기거나 정확도가 떨어진다. 지역적으로 보면, 겨울철에는 대서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여름철에서는 태평양 지역에서 많이 관측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훙가 통가-헝가 하파이’ 해저 화산 폭발은 폭발 당시 화산 기둥 높이가 57km에 이르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멀리 지중해 카리브해까지 쓰나미를 일으키는 등 역대급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또 화산 폭발로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흡수되면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폭발이 미국이 보유한 최대 규모 핵폭탄의 폭발력에 필적하는 100년 새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는 통가 화산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기압파가 전리층을 방해할 만큼 강력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리층은 지상 80~1000km 높이에 걸쳐 있는 지구 대기권에서 가장 상층부에 자리한 각종 분자와 전자, 이온, 전자들로 이뤄진 이온층을 뜻한다.
◇강력한 화산 폭발 전리층 불균일 형성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태양 활동 외에도 화산 활동이 전리층의 밀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150~800km 뻗어 있는 전리층 가운데 F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추측해왔다. F층은 이온 농도가 가장 높은 층으로, 적도 지역에서는 위성 통신과 GPS 신호를 방해하는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화산 폭발이나 지상에서 다른 강력한 현상이 실제로 적도 플라즈마 거품을 생성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연구진은 지난 2014년 발사된 일본 기상위성인 히마와리8호를 활용해 통가 화산 폭발 당시 발생한 급격한 기압 변화를 살폈다. 또 지구 주변의 하전 입자층인 ‘밴 엘런대’를 관측하는 일본의 과학위성 아라세 위성을 활용해 이온층 변화를 추적했다. 여기에 지상에 설치한 전리층 측정장치를 사용해 전리층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화산 폭발로 적도 플라즈마 거품의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통가 화산이 폭발한 직후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가 전리층을 강타한 후 적도 2000km 상공에서 확장하는 적도 플라즈마 거품을 발견했다. 기존 모델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먼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연구진은 충격파가 도착하기 몇 분에서 몇 시간 전까지 전자 밀도의 급격한 증가와 전리층 높이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런 빠른 변화가 전리층에서 전하를 띤 이온과 폭발 충격으로 발생한 기압파가 상호작용하면서 에너지가 지구 자기장을 따라 빠르게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통신 두절 예보...태양계 내 행성 화산 활동 관측 가능해져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화산 폭발로 발생한 플라스마 거품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플라즈마 거품이 야기하는 위성 통신과 GPS 신호 방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과 항공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서 진행되는 화산 활동을 조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성은 대기가 두꺼운 구름으로 덮여 있는데 현재 탐사선이나 인공위성에 설치된 광학 관측만으로는 활화산 유무를 직접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라세 위성에 실려있는 플라즈마 측정 장치를 활용하면 금성 대기권에서 발생한 이온층 변화를 감지해 화산 위치와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는 나고야대 외에도 일본정보통신연구기구와 도호쿠대, 가나자와대, 교토대 연구팀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이달 22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Scientific Report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3-336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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