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두 밴드의 귀환…팬들은 감격의 떼창

서정민 2023. 5. 29. 14: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이 앤트 메리, 27일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
게이트 플라워즈, 홍대 앞 클럽서 재결합 공연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수변무대에서 10여년 만에 재결합한 밴드 마이 앤트 메리가 공연하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제공

“여러분께 에너지를 드리려 했는데, 저희가 에너지를 받고 있네요. 여러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관객을 보며 밴드 마이 앤트 메리의 정순용이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수변무대 객석은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10여년 만에 재결합한 마이 앤트 메리를 만나는데 이깟 비가 대수랴, 하는 듯한 표정으로 ‘떼창’을 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마이 앤트 메리는 1999년 데뷔한 인디 1세대 밴드. 포근하고 감성적인 모던록으로 탄탄한 팬층을 만들었다. 3집 <저스트 팝>(2004)은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고, 수록곡 ‘골든 글러브’는 자양강장제 광고에도 쓰였다. 하지만 5집 <서클>(2008)을 마지막으로 잠정 해체를 선언했다. 정순용(기타·보컬)은 토마스 쿡이란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했고, 한진영(베이스)은 옐로우 몬스터즈, 에이치얼랏, 태아(TAE:A) 등 다른 밴드로 활동했다. 박정준(드럼)은 부산으로 내려가 음악 바를 운영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수변무대에서 10여년 만에 재결합한 밴드 마이 앤트 메리가 공연하고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제공

서로 연락도 뜸했던 이들이 다시 뭉친 건 지난해 여름 인천 부평에서 열린 뮤직플로우 페스티벌에서다. 페스티벌 무대에 한번 서보지 않겠냐는 한진영의 제안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합주하며 느낀 끈끈함과 오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한번의 기념 공연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들을 계속 무대에 서게 했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서더니 연말 단독 공연을 열어 매진시켰다. 지난 18일에는 15년 만의 신보인 미니앨범 <라이트 나우>를 발표하고, 이날 우중 무대에서 신곡을 선보였다.

이들은 신곡 ‘다시 여기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눈 감고 노래하고 있지만/ 춤추고 웃고 있는 게 보여/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던/ 그때로 돌아온 기분이야” 관객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했다. 마이 앤트 메리의 오랜 팬인 김양수 웹툰 작가는 “오늘 공연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십몇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마이 앤트 메리는 6월17~18일 서울 서교동 무신사 개러지에서 단독 공연을 하고, 8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9월 강원도 철원 디엠제트(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도 설 예정이다. 정순용은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몰라도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클럽 에프에프(FF)에서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가 재결합 공연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민석 사진작가 제공

같은 날 또 다른 밴드도 오랜만에 재결합해 팬들과 다시 만났다. 2011년 <한국방송>(KBS)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밴드>에서 신대철 심사위원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이름을 알린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다. 이후 신대철 제작으로 정규 1집 <타임스>(2012)를 내고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2014년 발표한 미니앨범 <늙은 뱀>을 끝으로 오랜 침묵에 들어갔다. 박근홍(보컬)은 에이비티비(ABTB) 등 다른 밴드로 활동했고, 염승식(기타)은 조이엄이란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했다. 유재인(베이스)도 다른 밴드 활동을 했고, 양종은(드럼)은 본업인 일러스트레이터로 돌아가 그림책 작가가 됐다.

2019년 염승식이 박근홍에게 전화해 “다시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었다. 사정상 합류하지 못한 유재인과 양종은 자리는 이인산(베이스)과 전상진(드럼)이 대신했다. 텀블벅 후원으로 이날 서울 서교동 클럽 에프에프(FF)에서 연 재결합 공연에선 후원자 100여명이 초기 대표곡 ‘예비역’을 ‘떼창’하며 기쁨을 나타냈다. 박근홍은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또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의 요청이 쏟아져 7월2일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또 한번 공연한다. 7월 말 싱글을 발표하고, 정규 2집도 준비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