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레드카펫에 K-스타 북적…비경쟁 ‘거미집’ 10여분 기립박수

김은형 2023. 5.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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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결산
거장들 잇는 차세대 감독 성장 필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서 포즈 취하는 <거미집> 김지운 감독과 배우들. AP/연합뉴스

메인 메뉴(경쟁부문)에는 빠졌지만 케이(K) 콘텐츠의 다양한 상차림이 돋보이는 축제였다. 27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의 스타들로 채워졌다.

비경쟁부문에만 7편이 초청받은 한국 영화 가운데 올해 최고의 주목작은 김지운 감독·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이었다. 올 초 경쟁부문 진출도 기대됐던 작품으로 아쉽게 비경쟁에 머물기는 했지만 영화제 막바지인 25일 상영일정이 잡혀 이 작품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주요 영화제들은 거장의 신작이나 기대작일수록 영화제 후반에 공개한다.

25일 저녁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 <거미집>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십분 넘게 받았다. 상영 뒤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놀랍고 위대한 첫 공개였다”면서 칸영화제 단골손님인 송강호의 연기에 대해 “칸 영화제의 품격을 높여줬다. 칸은 당신의 집”이라고 상찬했다.

송강호는 영화 검열이 살아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제작자도 배우도 협조하지 않는 난감한 상황에서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감독을 연기한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은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다섯번째 협업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인상적인 고찰”(할리우드 리포터)등의 호의적 평가가 많았다.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포즈를 취하는 <화란>의 김창훈 감독(왼쪽에서 두번째)과 출연 배우들. AFP/연합뉴스

신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화란>(김창훈 감독, 주목할만한 시선)과 <잠>(유재선 감독, 비평가 주간)도 한국영화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24일 드뷔시 극장에서 상영된 <화란>은 시나리오를 보고 반한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참여하고 제작자에도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던 작품. 불행하게 자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며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는 누아르 장르 영화다. <화란>에 대한 현지 언론 반응은 호평이 많았다. 칸영화제 공식 일간 매체인 <스크린 데일리>에서는 “장르의 클리셰들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숨 막히는 이야기 전개로 하드보일드 장르의 전형성을 뛰어넘는다”고 평했다.

이선균, 정유미가 부부로 나오는 <잠>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남편 현수가 잘 때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호러 스릴러 장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봉준호, 이창동 감독 아래서 조감독으로 일한 유재선 감독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두 감독의 영향이 장르적으로 매끄럽게 실현됐다”고 평가했다.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 참여했던 이선균은 이번에 <잠>과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김태곤 감독) 등 두 작품으로 칸에 왔다. <탈출>은 볼거리가 많은 상업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지만 평이한 이야기 전개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한국은 초청 작품보다 참여한 스타들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해마다 영화제의 축제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전세계 스타들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는데 올해는 그 분위기를 한국의 케이(K)팝 스타들이 주도했다.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는 지난 22일 비경쟁 부문 초청작인 드라마 <디 아이돌> 출연 배우로 레드카펫에 올랐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 로제와 리사, 그룹 에스파 멤버들도 시사회 초청을 받아 레드카펫을 밟았다. 방탄소년단(BTS)의 뷔와 배우 박보검 등도 칸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 배우 노윤서도 출연작은 없지만 전세계 여성배우들이 모여 여성배우의 삶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위민 인 모션’에 초대받아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다만 2016년부터 코로나 유행 시기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꾸준히 진출했던 경쟁부문의 진출작이 없다는 건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은 에스에프(SF) 영화 <미키7>을 촬영 중이고, ‘깐느 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찬욱 감독은 에이치비오(HBO) 티브이 시리즈 <동조자>의 막바지 작업 중이다.

두 감독과 이창동, 홍상수 등 칸이 사랑하는 감독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건 한국영화를 세계무대로 이끌어갈 차세대 봉준호, 박찬욱의 성장이다. 올해 첫 장편으로 칸을 찾은 김창훈, 유재선 감독이 선배 거장 감독을 잇는 작가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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