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황계식 2023. 5.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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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작가의 <냉정과 열정사이> 3편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 공항 자체를 3년 만에 방문하게 되었던 터라 이른 새벽부터 맘을 재촉했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6시쯤 도착한 공항의 풍경은 이미 많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학 여행을 가는 중·고교생을 비롯하여 며칠 후 예정된 연휴를 맞아 미리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한가득이었다.

일로 떠나는 짧은 일정이지만 제주에 간 김에 바다며 근처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돌아볼 예정이었다. 이미 한달 전부터 타이트하게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 전날 밤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상태다. 예상대로라면 얼마간의 자유시간은 더 확보될지도 모른다는 부푼 기대까지 얹혀졌다.

하지만 비행기 이륙은 내 ‘목표’대로 되지 않았다. 짐을 싣는 레일의 고장으로 무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 안 좁은 의자에서 내내 ‘이륙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기다렸다. 게다가 옆좌석은 출장을 가는 직장인 한무리가 정교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륙을 기다리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제주에 도착해 무엇을 먹을지 떠들었고, 맛집이 방영된 영상까지 틀어 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까지 했다. 이것 역시 내 ‘목표’에 설정된 값은 아니었다.

점심을 챙길 여력도 없이 렌터카를 찾고 예정된 장소로 향했다. 원래의 ‘목표’대로라면 나는 이 시간 약속장소 근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어야 할 터인데 말이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 비행시간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많지 않았다. 밥을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운전을 하다 오래전 제주를 방문했을 때 찾은 맛집이 눈에 들어와 무턱대고 그곳에 들러 일단 허기를 면할 수 있었다.

바다나 산이 보이는 곳에서 작은 북카페나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다. 찾아간 곳은 그런 ‘꿈’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학교였다. 운동장 너머로 발뒤꿈치만 살짝 올리면 바다가 훤히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동네 마실’ 삼아 걷는 길이 제주 앞바다인 그런 동네이다. 그런 꿈같던 학교라서일까 강의를 하는 내내 마냥 즐거웠다.

강의를 마치고 초대해주신 선생님의 추천으로 바닷길 산책을 하고, 지도로만 갈 수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갔다. 맘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 멍하니 서 있기도 했고, 벤치가 있으면 잠시 앉아 있다 가곤 했다. 그렇게 짧은 일정을 마치고, 서울행 마지막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또 ‘목표’와 달리 비행기는 연착되었고 도착지가 서울이냐, 인천이냐까지 논하게 되는 밤 12시가 다 되어서 나는 서울에 도착했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나의 말에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제주는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아요.”

어디 제주뿐이랴. 삶도 내가 ‘목표’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주 여행에서 내가 설정한 ‘목표’대로 즉, 예측대로 된 것은 ‘일’ 하나뿐이었다. 일 이외 일정은 모두 나의 예측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새해 목표를 따로 세우지 않는다. 그리고 ‘목표’를 세우기보다 거시적인 ‘목적’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왜 살고 있고,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오늘 나의 삶에서 내 삶의 ‘목적’에 부합하거나 부합하지 못한 행동과 말, 생각은 무엇이 있는지를 말이다.

왜냐하면 삶은 예측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목표’보다 ‘목적’에 더 힘을 싣기도 했다.

어느덧 5월의 마지막 주다. 새해에 세웠던 올해의 ‘목표’보다 지금의 삶은 내 인생 목적과 얼마나 잘 연결해 살고 있는지 한번쯤 정리해보자.

매번 흔들리는 ‘목표’보다 내 주변을 살피고,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은 무엇인지 힘을 주는 그런 ‘목적’을 말이다. 삶은 ‘목표’보다 왜 살아가는지 그 ‘목적’이 아름다울 때 더욱더 가치 있다.

이윤영 작가, 문해력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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