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구간 빔 인출 성공

이준기 2023. 5. 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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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중이온가속기연구소
내년 하반기 빔 활용 본격 연구
2027년 고에너지 구간 인출 추진
라온의 '저에너지 구간 초전도 가속장치' 모습.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제공
대전 유성구 신동에 구축된 라온 시설 전경 중이온가속연구소 제공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성 및 빔 시운전 경과 중이온가속연구소 제공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성 중이온가속연구소 제공

누리호 3차 발사에 이어 과학기술계가 또하나의 거대과학 성과를 내놨다.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저에너지 전체 가속 구간에서 빔 인출에 성공했다. 그동안 네 차례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우여곡절 끝에 저에너지 전 구간에서 빔 인출에 성공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빔을 이용한 활용 연구에 한 발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 23일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전체 구간에 걸친 빔 시운전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저에너지 전단부 가속관(QWR) 22기에서 빔 인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3월부터 후단부 가속관(HWR) 102기를 포함한 전체 초전도 가속장치 124기에 대한 시운전에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연구소는 초진공, 극저온 헬륨냉각(영하 270도 내외)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체 초전도 가속관(124개)의 주파수와 빔 위상 제어를 통해 가속관별 고유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가속 변수를 설정하는 등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3일 오전 11시 33분 가속기 저에너지 전 구간에 대한 빔 가속과 빔 인출에 성공했다. 이후 추가적인 재현실험을 통해 빔 에너지 17.6MeV/u, 빔 전류 21.3㎂(마이크로암페어, 시간당 빔 전하량)에 도달했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중이온을 생성해 초전도가속장치에 전달하는 입사기, 극저온플랜트 등 기반장치와 연계한 저에너지 전 구간의 가속 성능을 확인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시운전 결과에 대해 지난 24일 국내 가속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열어 검토한 결과, 기술적 목표치들이 달성됐음을 현장 데이터로 확인했다. 초전도 가속기와 극저온 시스템, 중앙제어시스템 등 제반 장치·설비의 건전성과 정합성도 검증했다. 이런 결과는 지난 26일 과기정통부가 주관한 '중이온가속기 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했다.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원소(중이온)를 가속해 표적에 충돌시킴으로써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거나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고 이에 대한 특성을 연구하는 대형 연구시설로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구축됐다. 이를 통해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다른 가속기와 달리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를 광속의 2분의 1까지 가속해야 하는 극한 기술의 집약체로, 라온은 목표 성능이나 희귀동위원소 생성방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온은 2010년 개념설계를 시작해 가속기동과 극저온 설비 등 제반 시설을 2021년 5월에 완공한 데 이어 핵심장치인 초전도 가속장치 구축을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우주와 원소의 기원, 별의 진화 과정 등을 밝힐 실험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반도체, 이차전지, 항암치료 등 소재·의료 분야의 산업적 활용도 크다. 라온 가속장치는 저에너지 구간(가속모듈 54기, 전체 길이 110m)과 고에너지 구간(가속모듈 48기, 전체 길이 180m)으로 나뉜다. 이번에 빔 인출 성공은 저에너지 전체 구간이다.

과기정통부는 시운전 결과를 토대로 가속시스템 성능 최적화, 각종 실험 장치와 연계한 시운전, 국내외 연구 제안서 선정 기준 마련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저에너지 구간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차관은 "이번 시운전 성공은 그간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 가속기의 주요 장치와 설비들의 목표 성능 구현과 정합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성능 최적화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국제공동연구가 이곳에서 활발히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라온은 네 차례 계획 변경을 통해 저에너지 구간 중심의 1단계(2011∼2022년), 고에너지 구간 중심의 선행 R&D(2022∼2025년), 2단계 등으로 나눠 추진되고 있으며, 고에너지 구간 빔 인출 목표는 2027년이다. 당초 설계대로 고에너지 구간에서 빔 인출을 하려면 2025년까지 예정된 선행 R&D 성과와 적정성 검토 등을 거쳐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라온의 전체 가동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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