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수단 전락한 CFD "확 뜯어고친다"…'실명계좌 연동' 추진

강은성 기자 2023. 5. 29.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FD '익명 꼬리' 떼고 실명계좌 연동…투자정보-잔고 모두 공시
CFD도 신용공여처럼 증권사 자기자본 규제에 포함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경으로 알려진 차액결제거래(CFD)가 '익명거래'라는 특성으로 주가조작과 조세 및 공시회피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정부가 서둘러 제도보완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2019년 CFD 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이를 악용한 부작용이 터져나온 것이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제도를 정교화 해 더 이상의 악용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CFD '익명 꼬리' 떼고 실명계좌 연동…투자정보-잔고 모두 공시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CFD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CFD는 정보공시가 투명하지 않아 사실상 '익명투자'처럼 여겨졌다. 개인투자자가 거래를 해도 거래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면 외국인이 매도매수 거래를 한 것처럼 표시됐다.

예를들어 실제로는 CFD 매수량 2만주와 외국인 매수량 3만주가 있어도 투자자들이 볼때는 외국인 매수량이 5만주인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온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잘못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종목별 잔고 등이 표기되는 신용융자와 달리 CFD 잔고는 공시가 되지 않아 반대매매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인식하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CFD가 대주주 양도세 회피나 지분공시 의무 회피, 심지어 통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등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현행 세법은 상장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한 투자자는 대주주 요건에 해당되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면서 "이 때 대주주가 CFD와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하면 기초주식에 대한 소유 주체가 드러나지 않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경감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특히 "또한 대주주가 CFD, TRS의 거래상대방을 자녀로 하고 기초지수의 손실을 유도할 경우, 통정매매 방식의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원 주문 주체를 알 수 없고 레버리지가 크기 때문에 통정매매 등 각종 시세조종 행위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내부자거래) 등 주요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CFD 정보제공 및 공시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투자실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의 정확한 판단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주식 매매거래시 CFD 거래여부 및 실제투자자 유형을 표기해 투자자 오인을 방지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실명계좌와 CFD 계좌를 연동할 계획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총괄과장은 "외국계 증권사나 기관을 통한 CFD 거래여도 실제 거래주체는 개인임이 확인돼 CFD 개인거래량으로 집계되도록 하며 전체 CFD 잔고 및 개별 종목별 CFD 잔고도 투자참고지표로 공시하기로 했다"면서 "조세회피나 통정거래를 보다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거래소 TR 보고항목에 실제투자자의 계좌정보를 추가해 시장감시 활용도도 제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래소 시행세칙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 그리고 각 관계기관과 증권사 전산개발이 필요하다. 당국은 이 모든 과정을 8월까지 완수할 계획이다.

CFD 제도 개선 예시 -투자자별 매매동향 정보 개선
CFD 제도 개선 예시 -신용잔고 정보 개선

◇CFD도 신용공여처럼 증권사 자기자본 규제에 포함

CFD는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의 자기자본규제에서 누락돼 있었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효섭 자본연 실장은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판매할수록 금융회사는 높은 판매보수를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단기성과 극대화를 위해 보수가 높은 고위험 장외파생상품 위주로 투자권유를 수행할 개연성이 있다"면서 "금융회사는 단기성과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CFD의 영업을 수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주식거래수수료와 CFD 거래 수수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며,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적극 독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개인전문투자자 혜택에 대한 과장 광고 등도 적지 않았다.

이수영 금융위 과장은 "앞으로 CFD도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실질이 유사한 신용융자 등 제도 간 규제차익을 해소하고, 업권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업무규정을 개정해 현재 금감원 행정지도로 운영중인 최소증거금률 규제를 상시화하고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선 무분별하게 CFD 판매를 늘릴 수 없다. 현재 신용공여의 경우 자기자본의 100%에 육박할 경우 증권사가 자기자본 규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신용공여 자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데, CFD 비율까지 포함하면 증권사가 이 역시 신용공여처럼 자기자본 내에서만 대출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규제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사가 사실상의 거래당사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양 거래당사자 간의 거래 단순중개 등 신용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한다.

아울러 신용융자와 유사하게 CFD 중개 및 반대매매 등 CFD 취급과 관련한 업계 자율적인 리스크관리 모범규준도 마련한다.

또 CFD 매도시에도 실제 투자자를 기준으로 공매도 잔고보고 및 유상증자 참여 제한을 적용해 CFD를 활용한 편법 지배구조 개입도 막기로 했다. 이는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금융위는 3분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 강화

지난 2019년 크게 완화했던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도 일부 강화한다.

우선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개인전문투자자 자격 인증을 지점을 통한 '대면 인증'으로 전환한다. 최근 라덕연 일당이 저지른 주가조작 사건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휴대폰 및 공인인증서를 라덕연 일당에게 양도해 본인들이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채 CFD 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 만약 대면 인증이 필수였다면 이런 상황은 방지할 수 있으리란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또 현재 개인전문투자자의 투자경험은 ELS·채권·펀드 등을 포함한 금융투자상품 월말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으로 완화돼 있는데, 앞으로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요건을 별도로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즉 개인전문투자자 중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가 3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거래요건을 적용할 경우 현재 개인전문투자자 중 22%만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이수영 과장은 "오는 8월까지 제도보완 사항을 모두 이행할 방침이며, 그 이전까지 모든 증권사의 신규 CFD 거래는 중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면서 "이미 몇몇 증권사가 자발적으로 CFD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데, 추후 전산개발과 업무 규정이 완비된 후 CFD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