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학연, 탄소중립·신약개발에서 주도적 역할 지속할 것"
"탄소중립, 선택 아닌 필수..중점 역할 할 것"
기후변화 및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 역량 강화
"조직원이 자부심 느끼는 화학연 만들어 갈 것"
R&R 재정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목표
【대전=강중모 기자】 "한국화학연구원은 탄소중립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다양한 감염병과 암 등 주요 질환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주도적 역할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사진)은 29일 대전 유성구 화학연구원에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27일 제17대 화학연구원장에 취임, 향후 3년 동안 연구원을 이끌며 한국 화학 및 바이오 산업 전반의 발전을 이끌게 된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사람 △비전 △책임을 이영국호(號) 화학연구원의 3대 경영철학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향후 화학연구원을 세계 최고 화학 전문 연구기관으로 도약시킨다는 사업 목표와 함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화학연구원을 만들겠다며, 구성원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높은 연구 실적과 함께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원장의 중점적인 목표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화학연구원은 한국 화학 산업의 발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다. 재임 기간 동안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할 예정인가.
▲아직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가 제시한 '2030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9년간 연평균 4.17%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화학연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화학공정 원천 및 실증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여수에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를 건립하고 있고 석유화학촉매·공정실증 분야와 이산화탄소포집·활용(CCU) 실증지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형 원료인 바이오매스 및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석유 대체 화학원료 생산 기술도 개발 중이다. 탄소중립형 화학산업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청정 수소 생산을 위해 수전해 촉매 기술, 천연가스와 암모니아로부터 수소 생산 기술과 수소 저장 및 분리 공정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유기태양전지, 독립형 발전·저장 융합소자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향상해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이외에도 중점적으로 하는 사업은.
▲화학연은 환경문제 대응 외에도 국가전략기술 중 첨단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분야에서 화학연은 선도적 역할을 맡아왔다. 반도체 첨단패키징, 차세대 고성능 센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고분자 전고체 배터리, 리튬공기 배터리, 수전해 수소생산, 수소 저장·운송, 수소 연료전지 핵심 소재 등의 신규 소재 개발을 통한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밀·바이오화학연구분야에서는 국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모빌리티에 필요한 자가치유 스마트 코팅소재, 외부 자극에 응답하는 인지감응소재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소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유래의 고분자 소재를 대체할 바이오매스 및 미생물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업사이클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화학플랫폼연구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한 화학기술 연구의 확산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및 의약 데이터의 확보와 인공지능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화하고 있다. 또 첨단 분석 및 신뢰성 평가 연구장비, 롤투롤 코팅 실증 테스트베드, 의약소재 화합물 관리 및 분양 자동화설비 구축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산학연 R&D의 성공적 수행을 지원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화학 분야 외에도 의약바이오 연구에서도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화학연 의약바이오연구본부에서는 감염병,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신약, 단백질 분해제, 신변종 바이러스 백신, 분자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오가노이드 등의 첨단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3년간 화학연구원을 이끄는데 중점적인 가치로 두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지난 1976년 설립된 이래 화학연은 국내 최고의 화학기술 전문 연구기관으로 한국의 산업·경제적 성장에 일조하고 화학 산업의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화학 분야 전문 연구기관으로 퀀텀점프를 하려면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연구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화학연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경영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자율 △소통 △몰입을 3대 키워드로 설정했다. 연구자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자율적인 과정을 거쳐 우수 연구성과 달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평생직장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기관과 구성원이 함께 발전하는 건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기관의 '임무와 역할(R&R)'을 재정비하고 국가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화학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화학연이 반드시 해야 하는 연구분야를 도출하고 세계 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 주안점을 둬, 화학분야 선도 연구기관으로써 위상에 걸맞은 우수 연구성과를 도출할 것이다. 특히 임무중심형 R&D 추진에 따라, 국가전략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기관장인 원장에게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이 치중된 방식 대신 분산되고 유연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기관 운영을 효율화할 예정이다. 단·중·장기 기관 현안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TF를 운영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기관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창구 또한 구성할 예정이다.
―역할과 책임(R&R)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점이 변화돼야 할까.
▲기존 임무와 역할을 고수하며 정체된 상태로 있어서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갈 수 없다. 따라서 R&R 관련 대대적인 재정비, 새로운 추진전략 수립 및 시행이 중요하다. 실제로 화학연은 그동안 내부 연구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 산업의 허브 역할이나 글로벌 국제협력 실적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최신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한국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R&R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연구원 R&R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와 새로운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12대 국가전략기술 개발을 위한 세부 전략 수립, 탄소중립 등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혁신적 경영 전략 수립 등을 통해 대내외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연구원이 세계적 선도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정부나 민간이 요구하는 화학연 주요 임무는 지역 산업의 허브 역할과 국제협력을 통한 외연 확장이다. 앞으로 지역 산업 허브 역할이나 글로벌 협력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출연연과 대학, 중소 기업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해 화학연의 외연을 확장하고 세계적인 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산업이 필요로 하는 상용화 기술 개발 전략을 통해 기술이전 실적도 높여나갈 것이다.
―오는 6월 22일 파이낸셜뉴스와 화학연구원이 제15회 서울국제신약포럼을 개최한다.
▲화학연은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질병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최고의 연구개발 역량과 핵심 원천기술들을 축적해왔다. 최근에는 전세계적 연구 트렌드를 반영해 AI 기반 약효예측 기술부터 분자접착 항암제와 같은 다양한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구축·개발하고 있다. 이제 신약개발은 저비용 고효율 신속 협업을 지향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개최하는 서울국제신약포럼은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서울국제신약포럼은 벌써 15회째를 맞아, 명실상부 국내 대표 신약 관련 포럼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화학연과 파이낸셜뉴스가 손을 잡고 가장 화두가 되는 신약개발을 주제로 교류하는 장을 열어 대한민국이 신약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에서도 현재 신약개발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첨단 개발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들이 다양한 주제의 연사로 참여해 기대가 된다.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 개발과 관련된 신약 분야 산학연관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향후 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약개발 협업이 고도화되고 시너지 효과가 확산되길 바란다.
화학연은 국내 신약개발 허브기관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연구성과를 통해 향후 한국이 세계 속에 신약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다.
■약력 △1963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석·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정보전자소재연구센터장 △대한민국기술사업화자문단 기술지원 분과위원 △한국결정성장학회 회장 △화학연 그린화학소재연구본부장 △한국세라믹학회 산학협력부회장(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미래 선도연구장비 사업단 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현) △제17대 한국화학연구원 원장(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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