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를 한 방 노리며 ‘하따’… 다시 커지는 빚투 경고등 [심층기획-위기 종목 사는 ‘불나방 투자자’]

안승진 입력 2023. 5. 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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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큰 해외주식 시장 관심
美 국채·나스닥 투자 레버리지
2023 순매수 해외종목 각각 1·3위
서학개미들, 파산 예고된 업체 ‘줍줍’
“지금이 저점”… 고수익 기대 속 몰려
비상장 밈코인도 충동적 구매 나서
SG발 사태 후 열흘 간 3323억 매수
39%, 증시 회복 내다보며 ‘공격 투자’
4월 ‘빚투 지표’ 신용잔고 20조 돌파
“금융사도 보수 높아 투자 권유” 지적
#1. 공무원 김모(37)씨는 올해 초 국내 주식을 정리하고 해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나스닥이 당시 역대급 상승률을 보일 때 제자리를 맴돈 국내 주식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가 매수한 종목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3배 상장지수펀드(ETF)’와 ‘프로셰어스 S&P500 3배 ETF’. 각각 나스닥과 S&P5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지렛대) 상품이다. 김씨는 “매달 월급의 20~30%를 투자하고 있다”며 “지난해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레버리지 상품을 통한 고수익을 노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2. 직장인 박모(32)씨는 한 커뮤니티 글을 보고 비상장 밈코인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6월에 홍콩발 (가상자산) 상승장이 온다’는 글에 충동적인 구매를 했다”고 털어놨다. 밈코인은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그림이나 영상 밈으로 만든 가상자산으로 특별한 목표나 기술력, 사용처가 없다. 단지 재미만을 위해 구입하는 가상자산이지만 2021년 도지 코인 가격이 급등한 이후 고위험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받고 있다. 박씨는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혹시 모를 한 방을 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혹한기를 보낸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도 고위험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금융시장 호황을 기대하며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한 수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도 불나방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악재가 터진 종목을 찾아다니며 일명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를 노린 투자법도 유행하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고위험 투자 성향은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 거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불 3X ETF’로 23일 기준 총 4억9291만달러를 사들였다. 이 종목은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기준 금리 하락에 따른 차익을 노린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위는 테슬라(4억5527만달러)였고 3위는 나스닥 증시 하락을 점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쇼트 QQQ ETF’(3억788만달러)였다. ICE반도체지수 수익률을 3배로 역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3X ETF’ 종목도 1억5113만달러를 사들였다.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위기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성향도 엿보였다. 지난 3월 초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파산위기를 맞자 서학개미(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국내투자자)는 가장 먼저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의 자금조달 계획이 나오며 변동성이 커진 3월20~24일 한 주간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중 퍼스트리퍼블릭은행주(6090만달러)를 가장 많이 사들이며 반등을 노렸다.
4월에는 밈주식(온라인 입소문으로 투자가 몰리는 주식)으로 불리는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에 국내 투자가 몰렸다. 미국의 생활용품 판매업체 BB&B는 파산이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불나방 투자를 감행했다. 결국 BB&B는 4월 중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4월 한 달 국내 투자자들이 BB&B에 투자한 금액만 1266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일명 ‘하따’가 유행했다. 지난달 24일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이후 이달 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8개 종목을 총 3323억3000만원어치 매수했다. 일부 종목은 3~4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해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 하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증시 회복 기대감에 고위험 투자… 빚투 경고도

삼성증권이 지난달 19일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7717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9.4%가 특정 업종이나 자산을 발굴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알파플레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절반 이상(62.4%)이 올해 3~4분기 중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심리 회복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을 방한한 미국 앰플리파이의 크리스티안 마군 CEO(최고경영자)는 “한국 ETF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자들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하락장에 진입하려는 수요도 많다”고 국내 투자성향을 ‘공격적’으로 진단했다. 특히 올해는 나홀로 투자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단어까지 유행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를 이끌었다.

올해 1분기 고위험에 베팅한 서학개미들의 투자는 글로벌 증시 상승에 따라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5532억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339억달러 증가했다. 한국투자자들은 올해 1분기 45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과 펀드 등을 사들였고 294억달러의 평가 이익을 거뒀다.
다만 올해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경고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에 고점을 찍은 것이다. 이달은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로 인한 충격과 일부 증권사의 신용융자 신규 매수 중단조치에 신용거래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1주일간 18조원대를 유지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3월 기준 18조4028억원의 신규대출이 이뤄지면서 전년 동기(9조9172억원) 대비 86% 급증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채무조정제도 신규 신청자는 6만3375명으로 전년(13만8344명)의 절반 수준에 다다랐다. 올해 신청자 중 35.4%는 20~30대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2010년부터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진입규제를 강화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가상자산, FX마진, 해외 레버리지 상품, CFD(차액결제거래)와 같은 고위험 상품 거래를 늘리는 투기적 상품 쏠림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금융회사가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판매할수록 높은 판매보수를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성과 극대화를 위해 보수가 높은 고위험 투자 권유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단기 수익을 우선하기보다 투자자의 장기수익을 우선해 영업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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