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만경강 반전매력..수탈지 예술촌 변신, BTS 쉼터도 [함영훈의 멋·맛·쉼]

2023. 5. 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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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삼례, 옛 수탈지에 나폴레옹이?

[헤럴드경제, 완주=함영훈 기자] 완주 소양면과 동상면 경계인 밤티 아래 밤샘에서 발원한 만경강은 기암 절벽이 병품처럼 둘러싼 대아호수, 고산창포마을을 지난 이후, 호남평야를 적시고 서해와 만나기 위해 300리길을 떠난다.

완주 만경강변 비비낙안의 노을 [전문가투어 워킹그룹 ‘지앤씨21’(대표 전계욱) 드론촬영]
완주 고산 창포마을 돌다리에 앉은 방탄소년단(BTS) 슈가, 뷔, 지민

신천습지는 방탄소년단이 휴식을 취했던 비비낙안 도착전, 용진읍 상운리 회포대교에서 삼례읍 하리 하리교까지 2.4㎞ 구간에 형성된 만경강의 허파이다.

두 하천이 만나면서 하천의 경사가 완만해지고, 하천의 폭이 넓어져 유속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하천이 운반해 온 자갈과 모래들이 퇴적되어 강 속에 군데군데 하중도를 만들었다.

신천습지에는 줄, 갈대, 부들, 연꽃을 비롯한 67종의 식물과 검은물잠자리와 하루살이, 개개비, 물닭 등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는 만경강과 동진강 일대의 하도 습지 26곳 중 유일하게 신천습지를 습지보전 등급 ‘상’으로 분류했다.

인공제방 아래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회포대교에 오르면 신천습지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드디어 만경강은 삼례에 도착한다. 이곳은 역사문화 유적, 옛 폐열차 카페에서 감상하는 노을 맛집, 방탄소년단 서머패키지 촬영지인 ‘BTS 순례 성지’, 일제 수탈 창고를 예술마을로 변모시킨 도시재생 문화예술의 메카 등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비비정과 BTS 비비낙안= 비비은 조선시대 선조 때 무인 최영길이 별장으로 지었다. 후에 송시열이 ‘비비정’이라 명명했다. 선비들이 잠시 머무르는 모습을 ‘날아가던 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고 표현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한 마지막 길목이었고, 동학농민군이 서울로 진격한 월천이기도 하다. 비비정은 소실되어 1998년에 복원했다.

비비낙안은 카페이름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여름 촬영을 하다가, 만경강을 굽어보며 잠시 쉬던 중 달콤한 완주 아이스크림과 여름 음료를 즐기던 곳이다.

2011년 근처에 호남선 철교를 새로 놓아 폐철교가 되자, 새마을열차 객차 네 량을 개조해 각각 레스토랑, 카페, 수공예품 가게,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산이 아닌 강변에, 이례적으로 서식하는 억새와 노을의 조화가 장관을 이룬다. 카페 주인은 검정 테를 붙은 컵에 따스한 음료를 내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컵에 온기가 퍼지며 검정테는 노을 풍경의 사진으로 바뀐다. 해질녘 이곳에서 차한 잔 마시는 동안, 노을은 두 개다.

만경강은 삼례에서 서쪽으로 흘러 익산시 남쪽을 통과한 뒤, 군산시 대야면에서 탑천과 합류하고, 군산시와 김제시 사이의 넓은 간석지의 하구로 흘러든다.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책마을에 소장돼 있는 ‘나폴레옹의 죽음’

▶삼례문화예술촌 = 강변에서 내륙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삼례문화예술촌을 만난다. 수탈의 상징인 양곡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역사적 의미와 문화가 공존하는 삼례만의 독특하고 절묘한 공간을 형성했다.

삼례양곡창고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설립한 이엽사농장 창고로 추정되며, 완주지방의 식민 농업 회사인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과 함께 수탈의 전위대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914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삼례역 철도를 이용해 군산으로 양곡을 이출하는 기지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와 더불어 군산 일대 조석 간만의 차가 커서 만조 시에 삼례 비비정마을까지 바닷물이 유입되어 들어오면 배로도 양곡을 수탈하였다고 전해진다.

2013년 6월 5일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 하게 되었고, 2018년 3월 3일, ‘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 라는 슬로건을 목표로 삼아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개관 했다.

예술촌 내에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등이 자리해 가족과 함께 체험하거나 공연 및 전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지난 2016년 8월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하우스를 중심으로,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 시설을 갖춘 북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구성되었다. 나폴레옹의 죽기전 그림 등 희귀 소장품들이 많다.

▶삼례 그림책미술관= 그림책미술관은 세계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그림책과 그림책의 원화 작품을 수집, 연구,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그림책 특화 미술관이다. 미술관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축해 미술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영국 빅토리아시대 그림책을 단독입수해 전시하고 있는 삼례 그림책 미술관

미술관 내부는 1층 기획전시 공간과 2층 상설전시 공간, 그리고 1층과 2층을 연결해 관람객의 문화행사 참여와 휴식을 위한 어울림 계단으로 구성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1층과 2층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아담하지만 작품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개관 기념전으로 '요정과 마법의 숲' 기획전이 열리는 중이다. 1940년대 영국 동화작가 G.그레이브스의 친필 원고와 아일랜드 그림책작가 나오미 헤더의 원화가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원고와 원화들은 1940년경에 완성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그동안 잊혔던 작품이다. 그림책 원화의 이미지를 조형작품으로 형상화한 것도 독특한 재미다.

상설전시로는 ‘빅토리아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이 열린다. 19세기 후반 세계 그림책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들을 쏟아낸 랜돌프 칼데콧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월터 크레인 등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의 그림책과 원화, 친필 편지 등이 전시된다. 그림책미술관에는 서양그림책을 살 수 있는 헌책방 무인서점과 작은 기념품 샵이 있다.

완주의 매력도 많지만, 만경강 일대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역사문화와 청정생태 체험을 통한 심신 건강, BTS여행길 재답사의 기쁨, 우리 국민의 취미인 ‘국난극복과 역사 반전, 매력 재생’ 의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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