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골에 퍼진 황홀한 선율, ‘수상한’ 연주자도 등장했다

임석규 2023. 5. 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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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요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계촌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곳 학생들이 낄낄대며 얘기하는 '수상한 사람'이란 상을 받은 '수상(受賞)'한 사람들이었던 것.

이를 아쉬워한 학부모 2명이 별빛오케스트라 학생들의 그림을 담은 그림책 <수상한 마을> 을 최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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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계촌리서 아홉번째 ‘계촌 클래식 축제’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계촌초등학교 학생 35명이 단원인 ‘별빛오케스라’가 계촌클래식 축제가 열린 지난 27일 이 마을 ‘클래식 공원’ 상설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요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의 계촌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상한 사람이 이곳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박재홍. 지난해엔 임윤찬이 찾아와 연주하더니 올해엔 박재홍이 무대에 올랐다. 각각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2022년)와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피아노콩쿠르(2021)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들이다. 이곳 학생들이 낄낄대며 얘기하는 ‘수상한 사람’이란 상을 받은 ‘수상(受賞)’한 사람들이었던 것.

유명 연주자들이 이 작은 산골 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곳에 ‘별빛오케스트라’가 있어서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이 마을 ‘클래식 공원’ 상설무대에 계촌초등학교, 계촌중학교 학생이 단원인 별빛오케스트라가 연달아 올랐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지만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등 귀에 익숙한 선율이 빗소리를 뚫고 흘렀다. 비옷을 입은 300여 청중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저녁엔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32번)를 연주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도 3천여명의 청중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전날 개막 무대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안나 비니츠카야와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하는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의 협연이었다.

계촌초등학교 별빛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그림책 <수상한 마을>을 만든 학부모 재미 킴(왼쪽)씨와 여문희씨. 재미킴·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폐교를 걱정하던 계촌초등학교에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 건 2009년 3월. 2012년엔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들어섰다. 초·중학교 9년 동안 지속해서 악기를 연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활동이 알려지면서 2015년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운영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에 ‘클래식 마을’로 선정됐다. 이후 한예종 졸업생들이 매주 이곳을 찾아 교습하면서 별빛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 이해 시작된 ‘계촌 클래식 축제’는 올해로 9회를 맞았다. 지난해엔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도 찾아왔다.

유명 연주자들과 악단들의 참여로 계촌클래식 축제는 점점 성황을 이루게 됐지만 별빛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를 아쉬워한 학부모 2명이 별빛오케스트라 학생들의 그림을 담은 그림책 <수상한 마을>을 최근 펴냈다. 악기들과 악보, 연주하는 자신들의 모습, 이곳을 찾은 연주자 등이 담겨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임윤찬, 유키 구라모토, 첼리스트 정명화, 별빛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영헌 선생님 등의 모습이 보인다. 학부모이자 방과 후 강사로 활동 중인 화가 재미 킴(43)씨와 계촌창업센터에서 ‘소소아트’를 운영하는 여문희(39)씨가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

두 아이의 학부모인 재미킴씨는 “별빛오케스트라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다”며 “미술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는 아이들인데 많은 걸 쏟아내고 표현한다”고 했다. 두 학부모는 각 강남과 판교에 살다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왔다. 유명 제작사가 별빛오케스트라 이야기를 소재로 드라마 제작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계촌클래식축제는 10주년이 되는 내년이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임윤찬과 박재홍에 이어 10주년 무대엔 누가 오를지도 벌써 이곳을 찾은 클래식 팬들의 관심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할 거란 예측부터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출신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프 두다멜을 초청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축제를 주관하는 한예종의 이동연 전통예술원 교수는 “해외 클래식 마을 초청 등 1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저녁 비가 오는데도 계촌클래식 축제에 참여한 청중 3천여명이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 32번 연주를 듣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 제공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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