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뒤 오히려 불쾌?…‘롱코비드’ 대표 증상 12가지 확인

곽노필 2023. 5. 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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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상회복]미 국립보건원, 롱코비드 기준 확립
운동 후 불쾌감, 피로감, 뇌 안개 순
피로감은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가운데 두번째로 발현 빈도가 높은 증상이다. Doğukan Şahin/Unsplash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했지만, 전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수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매일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688만명, 누적 확진자는 약 6억9천만명이다. 치명률이 0.1%로 계절 독감(인플루엔자)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를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후유증, 이른바 ‘롱코비드’다.

대개 감염 후 30일 또는 2개월이 지난 뒤에도 계속되는 증상을 롱코비드로 보는데 심한 것은 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진단 12주 이후에 다른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나 이상의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롱코비드로 규정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보고된 증상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치료가 끝난 뒤에도 감염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얘기다. 의료진조차도 혼란스러워 하는 롱코비드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증상은 뭘까?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수 추이

미국립보건원(NIH)과 매사추세츠의 의료 연구기업 ‘매스 종합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이 감염 후 6개월까지 지속되는 가장 보편적인 롱코비드 증상은 12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했다. 2021년 10월부터 2023년 4월 사이에 미국의 롱코비드 회복 연구 프로그램에 등록한 코로나19 감염자 8646명과 비감염자 1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증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조사를 통해 확진자의 2.5% 이상에서 나타나고, 증상 발현자 수가 비감염자보다 1.5배 이상 많은 롱코비드 증상 37가지를 확인했다. 이어 이들 가운데 롱코비드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유용한 12가지를 골라냈다.

이에 따르면 롱코비드의 대표적인 12가지 증상은 운동 후 불쾌감(PEM), 피로감, 뇌 안개, 현기증(어지럼증), 위장 장애, 두근거림, 성욕 또는 성적 능력 감퇴, 후각이나 미각 상실·감퇴, 갈증, 만성 기침, 가슴 통증, 이상 동작(abnormal movements)이다.

운동후 불쾌감이란 운동이 끝난 뒤 오히려 피로감과 통증이 악화되는 증상을 가리킨다. 뇌 안개는 말 그대로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들면서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상 동작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팔, 다리 등이 떨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오미크론 이후 롱코비드 비율 10%로 감소

연구진은 12가지 증상 각각에 대해 발현 빈도 비율에 따른 점수를 부여하고, 감염자들에게는 이들 점수 조합한 롱코비드(PASC)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롱코비드 증상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전체적으로 감염자의 23%, 비감염자의 3.7%였다. 이들 가운데 가장 흔한 증상은 운동후 불쾌감(87%), 피로감(85%), 뇌 안개(64%), 현기증(62%), 위장 장애(59%) 순이었다. 이 다섯 가지 증상은 특히 비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의 발현 빈도가 15%포인트가 넘을 정도로 차이가 뚜렷했다.

2021년 12월에 확산되기 시작한 오미크론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한테서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들은 증상도 더 심했다. 오미크론 이후엔 롱코비드 증상 비율이 낮아져 2231명 중 6개월 후까지도 증상이 계속된 사람의 비율은 10%였다.

롱코비드 증상 조합에 따라 4가지 유형의 하위그룹이 나타났다. 픽사베이

4가지 유형의 롱코비드 증상 조합

롱코비드 증상은 보통 한 가지만이 아니라 대개 몇가지가 겹쳐 발현된다. 연구진은 감염자들의 증상을 분석한 결과, 4가지 유형의 조합을 발견했다. 제1그룹은 후각 또는 미각 상실 증상만 나타나는 사람들이다. 제2그룹은 운동후 불쾌감과 피로감이 함께, 제3그룹은 두통과 운동후 불쾌감, 피로감이 동시에 발현된다. 마지막 제4그룹은 피로감과 운동후 불쾌감, 현기증, 두통, 위장 장애 및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었다.

연구진은 “롱코비드 증상은 여러 장기에 걸쳐 나타났다”며 “이렇게 증상이 다양한 것은 바이러스 잔존, 자가면역, 직접적인 장기 손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분석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며, 롱코비드 점수가 모자라 제외된 증상이 있는 개인도 여전히 롱코비드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스종합브리검 창립자인 안드레아 폴크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롱코드의 이질성”이라며 “롱코비드는 단 하나의 증후군이 아니라 증후군들의 증후군, 즉 여러 증후군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후군”이라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타나요트 타위타이 박사(하버드대 의대)는 “이번 연구는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롱코비드를 새로운 증후군으로 정의하려는 것”이라며 “이제 이전에 없던 롱코비드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생겼으므로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임상적 인식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10.1001/jama.2023.8823

Development of a Definition of Postacute Sequelae of SARS-CoV-2 Infection.

JAMA(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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