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뇌가 녹아내리다시피 해요" IQ까지 떨어뜨리는 마약

박하정 기자 2023. 5.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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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팬데믹] ④ 우리가 10대 마약 투약 실태에 집중하는 이유


"외장재가 만들어지지 않은, 막 건축해서 거기에 건축물들 쌓아놓고 자재(들이 놓여) 있는데 태풍이 몰려와 가지고 다 쓸고 가는 형태거든요."

10대가 마약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마약 중독치료 전문의는 간단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25살 즈음까지 뇌가 계속 성장을 하고 있는데 그전에 마약을 해서 뇌 손상이 일어나게 되면 그 정도도 더 크다는 겁니다. 성장기에 있는 10대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그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 사람이 마약에 노출되는 일생의 시간도 당연히 길어집니다.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마약투약 연령대, SBS가 10대 마약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10대 마약투약자, IQ 20 가까이 떨어져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마약류 중독 치료자의 65%가 거쳐 간 전문병원인 인천 참사랑병원에서는 10대 시절부터 마약에 손을 댄 투약자들의 지능지수(IQ)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심리평가를 함께 진행해 이들의 잠재지능, 즉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지능지수가 나왔을 지에 대해서도 추정해 봤습니다.

그 결과, 많게는 수치가 2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8살 때부터 식욕억제제류와 ADHD 치료제, 신경안정제 등을 투약해 지금 23살이 된 한 남성의 IQ는 78±6으로 측정됐습니다. 80 이상일 때 평균, 70-80 사이는 경계선, 70 이하는 매우 낮음으로 측정되는 IQ 범주로 보면 이 남성은 경계선 수준으로 지능이 저하돼 있었습니다. 심리평가 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한 잠재지능은 90-109로, 평균 수준이었습니다. 마약 투약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진 걸로 추정이 됩니다.

특히 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등 4가지 영역 가운데 백분위가 가장 낮으면서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 부분은 처리속도였습니다. 처리속도는 '간단한 시각적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하고 변별하는 능력과 정신 속도와 소근육 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분야인데, 두정훈 인천 참사랑병원 임상심리팀장은 마약 중독으로 인해 전두엽 등이 손상되면서 판단력, 통제력을 잃게 되고 따라서 처리속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19살 때부터 필로폰 등 여러 약물을 투약했던 25살 남성도 IQ가 72±6, 경계선 수준으로 측정됐습니다. 잠재지능 역시 90-109로 추정돼 지적 기능이 유의미하게 저하돼 있는 걸로 분석됐습니다. 또 19살부터 필로폰에 손을 댔던 22살 남성은 83±6으로 IQ가 측정됐는데 잠재지능은 90-109로 측정됐습니다. 처리속도 분야는 59로 측정되는 등 지수 간 편차가 커 인지기능의 불균형으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비효율성이 시사된다고도 연구진은 해석했습니다.
 

10대 마약 투약이 더 위험한 이유


취재를 하며 만난 10대 마약투약자 김은비(가명) 양도 자신이 겪은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3세부터 마약을 시작했던 김은비 양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금 말했던 것도 기억이 안 나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 (하고요). 여기로 가야지' 하고 방금 휴대전화를 껐는데 '잠깐만, 어디로 가기로 했더라?' 이 정도예요."

18살부터 마약을 시작했던 강단비(가명) 양은 마약을 하던 당시 시간 개념이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하루 종일 약을 어떻게 구해야 되지 이 궁리하고 있고, 약이 좀 비싸다 보니까 돈은 또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그냥 하루 패턴이 그래요. 돈을 어떻게 구해야 되지, 약을 어떻게 구해야 되지 그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렇게 성장하는 뇌에 마약이 미치는 충격을, 중독치료 전문가인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은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필로폰 한 번 했다는 건 노트북을 220(볼트) 콘센트에다 꽂아야 하는데 100만 볼트에 꽂은 거라고 설명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뇌가 거의 녹아내리다시피 해요."

물론 이렇게 떨어진 지능지수는, 마약을 중단하고 재활치료를 성실하게 받으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대의 경우 회복이 다소 빠른 측면도 있지만, 이를 과신하고 마약에 더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고도 합니다.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은 최근 10대들이 마약에 노출되는 경향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으로 대표되는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을 하더라도 골방에 박혀서 했어요. 모텔에서 하거나 혼자 은밀하게 하는. 그런데 지금 2, 30대, 특히 청소년 그룹은 모여서 해요. 파티룸 같은 것 빌려서. 40대는 그래도 직장도 다니고 있었고 가정도 꾸리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회복의 동기를 갖기가 쉬워요. (하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회복의 동기를 갖기가 어려워요. 약의 부작용도 초반부터 심하게 나타난 경우도 많지만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해도 회복 속도도 빨라요. 그러니까 이들 입장에서는 '원장님, 저 2~3년만 더 놀다가 끊을게요' 아니면 '저 그냥 캐나다로 이민 가겠습니다' 이런 얘기가 서슴없이 나오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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