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붕괴 중인 토성 고리… 최장 4억 년 뒤 모두 사라져
‘대체와 중첩' 기술로 위성 발견
최근 수십 년 동안 망원경이 발전하고 분석 방법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확인된 위성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희미하고 작은 위성을 발견하기 위해 '대체와 중첩(shift and stack)'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위성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속도로 이미지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이동해 결합하면 위성이 더 밝게 보이는 원리다. 이를 통해 두 연구팀은 위성을 관측한 일련의 이미지를 분석해 예전에는 너무 작거나 희미해 관측하기 어려웠던 위성까지 모두 식별했다. 이번 위성 관측 결과는 국제천문연맹(IAU)의 공식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IAU에 따르면 행성 근처에 있는 것이 소행성이 아니라 위성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발견이 여러 차례 이뤄져야 위성으로 승인된다. 승인 후에는 일련의 숫자와 문자가 할당된 새 위성들에 기존 토성 위성들과 마찬가지로 갈리아, 북유럽, 캐나다 이누이트 신을 기반으로 이름이 지정될 예정이다.
애슈턴 박사는 미국 CNN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본 위성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토성과 목성 주위에 위성 수천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천왕성과 해왕성에도 불규칙한 위성이 많을 수 있지만 거리가 멀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위성에 대한 정의의 재정립도 요구된다. 위성의 간단한 정의는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물체다. 현재로선 위성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위성들은 지름이 5㎞를 넘지 않는 비교적 작은 크기도 많다. 작은 위성 중 일부는 지름이 2.5㎞에 불과하다. 또 새로 발견된 62개 위성은 대체로 불규칙한 위성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별 모양이 동그란 구형이라고 볼 때 이번에 새로 발견된 토성 위성들은 감자처럼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다. 대부분 그룹으로 한데 뭉쳐 있다. 토성의 대표 위성인 타이탄은 120만㎞ 내에서 궤도를 도는 데 비해, 새로 발견된 위성들은 한참 멀리 떨어진 900만~2800만㎞ 사이를 공전한다.
우주 탐구에 중요한 불규칙한 위성
이렇게 불규칙한 위성의 발견이 우주를 탐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다. 토성의 불규칙한 위성들은 한때 토성 궤도를 돌던 큰 위성이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 위성 간 충돌 등으로 파괴된 잔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위성은 역행, 즉 다른 위성 궤도와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위성의 역행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충돌 잔해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브렛 글래드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교수는 UBC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 망원경의 최대치 관측을 통해 토성 주위를 역행하는 위성들이 약 1억 년 전 충돌로 산산조각 난 위성이라는 증거를 점점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위성 잔해들은 때론 풍부한 얼음을 품고 있다. 이러한 위성은 토성의 독특한 고리가 가진 비밀과 연관이 깊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웅장한 고리를 갖고 있다. 사진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토성 고리는 거의 순수한 물로 이뤄진 수많은 얼음 덩어리로 구성돼 있다. 큰 덩어리는 지름이 10m가량이며, 대부분 자잘한 얼음 조각이다. 토성 고리는 1600년대에 망원경으로 관측되기 시작했다. 1610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관찰했으며, 1659년 네덜란드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토성 고리를 설명한 '새터니움 시스템(Systema Saturnium)'을 출판했다. 여기서 그는 처음으로 행성에 닿지 않는 얇고 평평한 고리의 구조를 설명했다.
생각보다 젊은 토성 고리
이와 함께 연구팀은 고리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어 앞으로 최장 4억 년에서 최단 1500만 년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태양계 주위를 압축하는 작은 우주 암석들이 토성 고리에 있는 입자들을 때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미세 운석 먼지가 고리의 깨끗한 물 얼음을 오염시켜 어둡게 만들고, 이러한 작은 충돌이 고리 입자의 궤도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사샤 켐프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CU 볼더) 박사는 "토성과 함께 고리가 형성됐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면서 "토성 고리는 영원하지 않으며 지금 관찰할 수 있다는 게 운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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