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빚 GDP 대비 `세계 1위`...기업빚은 증가 가속페달

김화균 2023. 5. 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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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이 세계 주요 30여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빚이 국내총생산(GDP)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가계부채는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부채의 경우 긴축에도 오히려 증가했다. 증가속도도 빠르다. 오는 9월 코로나 금융지원 등이 종료될 경우 부실 대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대상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

2위는 홍콩(95.1%)이나 100%를 밑돌았다. 이어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싱가포르(48.2%) 순이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돌았다. 다만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105.5%에서 102.2%로 3.3%포인트(p) 낮아졌다.

하락 폭은 폴란드(5.8%p·31.0→25.2%), 말레이시아(5.5%p·71.6→66.1%), 싱가포르(4.6%p·52.8→48.2%), 태국(4.3%p·90.0→85.7%), 영국(3.7%p·85.3→81.6%)에 이어 여섯번째로 컸다.

기업부채는 긴축 기조 속에서도 오히려 더 불었다.

GDP 대비 한국 비(非)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현재 118.4%로 홍콩(269.0%), 중국(163.7%), 싱가포르(126.0%)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3.1%p(115.3→118.4%) 뛰었는데,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10개국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 부채 비율 상승 폭(3.1%p)도 매우 빠르다. 베트남(8.5%p·103.4→111.9%), 중국(7.8%p·155.9→163.7%), 칠레(5.6%p·96.7→102.3%)에 이어 34개국 가운데 4위였다.

정부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4.1%)은 22위,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등락 폭(-3.2%p·47.3→44.1%)은 18위로 모두 중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1%)이었고, 부채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17.4%p·147.7→165.1%), 가나(8.7%p·84.0→92.7%)가 1, 2위를 차지했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0%에서 3.50%로 무려 3.00%p나 올리며 긴축을 주도했다. 이후 올해 2, 4월에 이어 지난 25일까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절대로 다시 못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시장에 '긴축 기조 유지' 의지를 전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 동향 등으로 미뤄, 가계와 기업의 빚이 앞으로 뚜렷하게 더 줄어들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국내외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도 다소 낮아진 데다,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 거래가 회복되면서 가계의 신규 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들도 경기 불황 등에 계속 대출을 끌어 쓰고 있다.

이미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었다. 4개월 만의 반등이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2000억원 불었는데,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나타난 첫 증가 기록이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기업 대출의 증가 속도는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

5대 은행의 25일 현재 기업 대출 잔액(725조6767억원)은 4월 말보다 5조5989억원이나 불었다.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늘었을 뿐 아니라, 이달 증가 폭이 1∼4월의 3조3193억∼5조431억원보다 크다.김화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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