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vs 마이애미, NBA판 적벽대전의 승자는?

김종수 2023. 5. 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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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赤壁大戰)’, 삼국지(三國志)를 대표하는 대전중 하나로 작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알 정도로 유명한 전투다. 전국 통일을 목표로 세력을 계속 팽창하던 조조군에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대항하여 양자강에서 벌어진 큰 전투다. 당초 객관적인 전력에서 조조군이 유리했던 판국이었으나 여러 가지 변수가 흐름을 바꿔버리고 결국 천하삼분지계가 시작된 분수령과 같은 사건이었다.


적벽대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화공(火攻)’이다. 수전 경험이 많지않았던 조조군은 당시 배멀미로 적지않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때 연합군측 첩자인 방통이 쇠사슬로 배들을 묶어놓자는 제안을 했고 조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상대측에서 불로 공격할 위험이 있었지만 겨울이라 북동풍이 불고있어 걱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군측에서는 당장이라도 화공을 펼치고 싶었지만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부니 자칫하면 역으로 자신들이 불벼락을 당할 공산이 컸다. 동남풍이 불어야만 조조군을 향해 화공을 펼칠수 있었다. 이때 제갈량이 나서 동남풍을 만들어 내겠다고 호언장담했고 며칠간의 기도 끝에 이를 현실화시켜 조조군 진영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제갈량이 술법사는 아니다. 술법보다는 자연의 흐름을 읽어 예측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시기에 동남풍이 불어온 것은 그야말로 각국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현재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치열하게 격돌중인 보스턴 셀틱스와 마이애미 히트는 그야말로 NBA판 적벽대전을 펼치고 있다.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일단 동부 지역을 평정해야 한다. 양팀은 자신들의 군대를 거느리고 하나둘 정리를 하며 올라온 끝에 정점에서 만났다. 이기는 쪽이 서부 컨퍼런스 우승팀 덴버 너기츠와 최후의 승부를 겨룰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보스턴이 넉넉하게 앞서는 분위기였다. 정규시즌에서 동부컨퍼런스 2위, 전체 승률 2위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우승후보중 한팀이었다. 아쉽게 지난시즌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파이널 진출팀이기도 하다. CBS 스포츠는 컨퍼런스 파이널이 치러지기전 있었던 분석 코너에서 양팀의 승부를 예상했는데 패널 8명 모두가 보스턴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시즌 마이애미를 무너뜨리며 초대 래리 버드 트로피(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MVP)를 수상했던 간판스타 제이슨 테이텀(25‧203cm)과 제일런 브라운(27‧198cm)의 공수겸장 스윙맨 콤비가 건재한 가운데 마커스 스마트, 데릭 화이트 등 포지션별로 쟁쟁한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승부는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유독 큰 경기에서 힘을 내는 사나이 지미 버틀러(33‧201cm)의 지휘 아래 마이애미는 전력 이상의 힘을 쏟아냈고 먼저 3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한다. 플레이-인 토너먼트 팀이 파이널에 오르는 최초 사례를 남기며 그대로 마이애미의 진출이 굳혀지는 듯 했다. 마이애미가 파이널까지 진출하기위해 필요한 승수는 1승이었던데 반해 보스턴은 무려 4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보스턴은 포기하기보다 대반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엘리미네이션(지면 탈락)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3연패 뒤 3연승을 기록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7전 4선승제 NBA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0승 3패로 궁지에 몰린 팀은 150회나 있었지만 예외없이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야말로 가능성 제로다. 하지만 보스턴의 투지는 그 어려운 길을 정면으로 헤쳐나갔고 이제 마지막 끝장 승부를 앞두고 있다.


3승 3패로 동률이 되는 과정도 드라마틱 했다. 진출과 탈락이 걸린 6차전에서 보스턴은 종료 3초를 남긴 시점까지 1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스마트의 슛이 림을 돌다가 빠져나올 때까지만 해도 승부는 거기서 끝난듯 싶었다. 그 순간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스마트에게 패스를 건넨 뒤 림쪽으로 뛰어들어가던 화이트는 단신임이 무색할만큼 놀라운 집중력으로 리바운드를 건져냈고 종료버저와 함께 풋백 득점을 성공시켰다. 비디오 판독까지 나왔을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보스턴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같은 연고지 프로야구팀 레드삭스까지 소환됐다. 2004년 당시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0승 3패를 4승 3패로 역스윕한 사례를 남긴 바 있다. 보스턴의 농구팀은 야구팀이 썼던 기적을 NBA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전례가 없다고는 하지만 3연패 뒤 3연승의 기적을 써낸 보스턴의 기세가 워낙 높다.


경기뒤 브라운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돌아왔다”는 말로 현재의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만큼 보스턴은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NBA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컨퍼런스 준결승, 결승 모두에서 7차전을 치르게 되었는데, 어떤면에서는 그만큼 접전에 강하고 끝까지 포기하지않는 팀컬러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마이애미도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생각은 없다. 리더 버틀러는 “내가 더 잘했다면 이런 상황에 놓치지 않았을텐데…”라는 말로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7차전에서는 더 잘할 것이고 우리는 이길 것이다”는 말로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믿음직한 리더를 중심으로 강력한 정신력을 보여왔던 그들인지라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더욱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


이제 양팀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브라운의 말처럼 보스턴은 지옥에서 살아돌아왔고 마이애미는 지옥에 빠진 상태다. 단맛 쓴맛을 모두 겪고 있는 시리즈인지라 피차 무서울 것도 없다. 그야말로 단 한번의 승부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뜻밖의 변수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운명의 마지막 한판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동남풍은 어느 팀을 향해 불어올 것인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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