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17) "서울이 정답은 아냐"…옥천 지역잡지 만드는 박누리씨

천경환 2023. 5.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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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인구 5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 충북 옥천군에서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를 펴내는 편집장 박누리(38) 씨 목소리에 열의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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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네' 3년 연속 문체부·한국잡지협회 우수 잡지 선정
문화창작공간·전시회 열어 지역 문화 사랑방 역할도
"언론지형 서울 편중…지역 소통 창구 역할하는 청년 언론인 많아졌으면"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촬영 천경환 기자

(옥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지방인데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대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에요."

인구 5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 충북 옥천군에서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를 펴내는 편집장 박누리(38) 씨 목소리에 열의가 묻어났다.

옥천의 비옥한 옥(沃)자를 따 지은 옥이네는 옥천 땅에 발붙이며 지역을 일궈낸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기록한다.

올해 창간 6주년을 맞는 이 월간지는 지금껏 71호를 발간했고, 4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의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평범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농촌 지역 청소년, 수몰민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며 청소년 바우처, 수몰 마을 기록사업 시행 등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박씨는 대도시 중심 사회 속에서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다.

박씨는 "서울에 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인식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며 "모든 사람이 서울로 가면 지방에는 누가 남겠냐는 문제의식을 느꼈고, 시골 마을 하나하나가 나라의 근간이 된다는 신념으로 꿈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하는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 촬영 천경환 기자

대학 졸업 후 지역에서 오랜 기간 군민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온 옥천신문사에 입사한 박씨는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회사 내부에서 잡지 출간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사업단이 꾸려졌고, 박씨가 여기에 합류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지금의 옥이네를 발간하는 '고래실'의 초석을 다졌다.

고래실이 사회적기업으로 독립하면서 박씨도 나중에 자리를 옮겼다.

그는 "속보성과 시의성을 중시하는 신문과 달리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잡지 매체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키워보고 싶었다"며 "지면 안팎을 넘나들며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래실은 매주 토요일 지역 청소년들이 스스로 카페를 운영하고 수익금을 가져가는 문화창작 공방 '둠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시회 및 강연 진행, 토종 씨앗 농사 학교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월간 옥이네 촬영 천경환 기자

하지만 지방에서 청년 언론인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결코 낭만적이지만 않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고 인프라가 부족해 최소 20㎞ 떨어진 대도시까지 나가 장을 보거나 문화·여가생활을 즐겨야 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기사 작성이 아닌 사보, 기관 소식지 제작 등 외주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오랜 세월을 지내온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와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며 "힘든 것보다 만족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찾아내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박씨는 미래 청년 언론인들을 향한 애정이 어린 조언도 했다.

그는 "언론 지형이 중앙으로 기울어져 있다 보니 지역에서 우리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론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그 간극을 청년 언론인이 채워 지역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월간 옥이네 홍보 전시회 소개하는 박누리씨 촬영 천경환 기자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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