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길을 잃었니? 잊었니?"…그들은 왜 떠나지 못했나?

유형재 2023. 5. 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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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낮 최고기온이 35.5도를 기록하는 등 한여름 날씨를 보인 강원 강릉에 겨울 철새가 아직 천연덕스럽게 남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돌아갔어야 할 겨울 철새가 먹이활동을 활발히 하는 등 무더위에도 텃새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어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경포호에 머무는 이 겨울 철새들은 먹이활동도 매우 활발하고 이곳저곳을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등 움직임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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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경포호에 남은 겨울 철새…댕기흰죽지·흰죽지·발구지 등 관찰
경포습지의 댕기흰죽지 무리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귀향길을 잃었을까? 아니면 잊었을까?"

최근 낮 최고기온이 35.5도를 기록하는 등 한여름 날씨를 보인 강원 강릉에 겨울 철새가 아직 천연덕스럽게 남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돌아갔어야 할 겨울 철새가 먹이활동을 활발히 하는 등 무더위에도 텃새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어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절기인 입하(立夏)가 이미 20여일 지나 6월을 며칠 앞둔 5월 말 경포호 일원에는 댕기흰죽지와 흰죽지, 발구지, 청머리오리 등 겨울 철새가 꾀꼬리와 뻐꾸기 등 여름 철새와 함께 관찰되고 있다.

경포호의 댕기흰죽지 암수 [촬영 유형재]

철새는 계절에 따라 가장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습성을 가졌다.

대부분의 오리류는 번식기가 되는 봄이면 광활하게 펼쳐진 초지와 습지 환경을 찾아 귀향한다.

그런데 요즘 경포호에는 댕기흰죽지 20여 마리가 습지를 오가며 여름을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더워서일까?

댕기흰죽지는 배를 물 위로 드러내고 발로 몸을 비비는 행동을 자주 하거나 물을 요란하게 튀기며 목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겨울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행동들이다.

견디기 힘든 더위…댕기흰죽지(♂)의 목욕 [촬영 유형재]
"아! 덥다" 댕기흰죽지(♀)의 목욕 [촬영 유형재]

이들은 경포습지에서 주로 쉬고 먹이활동은 경포호에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포호에서는 댕기흰죽지 암수가 다른 무리와 어울리지 않고 함께 다니며 다정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댕기흰죽지와 함께 청머리오리 5∼7마리와 적은 수의 발구지와 흰죽지, 알락오리 등도 아직 눈에 띈다.

발구지와 흰죽지는 수가 많은 댕기흰죽지 무리와 어울려 지낸다.

그런데 이들은 국내에서는 주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관찰되는 겨울 철새다.

"덥다 더워" 요란하게 목욕하는 흰죽지 [촬영 유형재]

늦가을쯤 한국에 와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시베리아나 아무르, 사할린, 캄차카반도 등으로 떠나 새끼를 낳고 해야 할 겨울 철새들이 사실상 여름이 시작된 지금까지 텃새인 흰뺨검둥오리 등과 어울려 지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아무리 늦어도 4월 초중순이면 돌아갔어야 할 종이다.

그런데 경포호에 머무는 이 겨울 철새들은 먹이활동도 매우 활발하고 이곳저곳을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등 움직임도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매년 지속해 세밀하게 이뤄진 모니터링이 없어 예년보다 더 많거나 더 늦은지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포호에서 여름 보내고 있는 발구지 [촬영 유형재]

다만, 이 겨울 철새가 북쪽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먹이활동 등을 위해 머무르고 있거나 이동 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경포호 자연환경해설사들에게는 이들이 언제 돌아갈지가 큰 관심사다.

한 자연환경해설사는 "이미 지난 4월 초중순쯤에 떠났어야 할 겨울 철새가 아직 남아 있어 특이사항 등이 있나 매일 관찰하고 있다"며 "제때 돌아가야 번식도 정상적으로 하고 그럴 텐데 언제 돌아갈지, 왜 늦어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떠나지 않고 경포에 머무는 겨울 철새 오리들이 진짜 귀향길을 잊은 건지, 잃은 건지, 아니면 기후변화에 따른 행동인지.

도대체 그들은 아직 강릉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까?

경포습지의 댕기흰죽지들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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