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세계 111위 尹정부?…인사도 '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정지형 기자 2023. 5.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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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중 女 비율 16.7%…대통령실은 6.9%에 불과
'남성 편중' 극복 과제…취임 1년 女 비중 늘까
윤석열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내려왔다. 정상들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기자석에서 고개를 돌려 오른쪽으로 보니 양국 배석자가 눈에 들어왔다. 좌측은 한국, 우측은 캐나다였다. 양국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 있었다. 캐나다는 배석자 9명 중 5명이 여성인 반면 한국은 1명에 불과했다.

캐나다는 배석자 중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 대사, 케이티 텔포드 총리실 비서실장, 조디 토마스 총리 국가안보정보보좌관, 바네사 헤이지-무사 총리실 공보부 담당관 등 장관을 비롯해 핵심 인사 중 여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대부분이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김은혜 홍보수석이 유일했다.

참모진과 내각을 살펴보면 한국 측에서 여성 배석자가 1명에 그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여성은 전체 58명 중 4명에 불과하다. 김은혜 수석과 전희경 정무1비서관,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이다. 비율로는 6.9%다. 사회공감비서관 직무대리를 하고 있는 전선영 선임행정관까지 '영끌'해도 8.6%로 10%에 미치지 못한다. 내각도 전체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3명(환경부·여가부·중기부)이다. 16.7%다.

16.7%는 세계 190개국 중 공동 111위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국제의회연맹(IPU)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 여성 정치인 통계인 'Women in Politics'(위민 인 폴리틱스)에 나오는 올해 1월 기준 순위다.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를 보면 보츠와나, 조지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수단 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정상회담을 진행한 국가들로 눈을 돌려 보면 한국과는 격차가 크다. 캐나다는 내각 중 여성 비율이 48.6%로 세계 14위다. 독일은 공동 9위(50.0%), 호주는 21위(43.5%), 영국은 공동 42위(33.3%)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했던 미국도 영국과 순위가 같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난 나머지 주요 7개국(G7)을 보면 프랑스 40위(35.3%), 이탈리아 64위(26.7%) 등이다. G7 중 일본만 유일하게 164위(8.3%)로 한국보다 낮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외교비전으로 삼는다.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려면 세계적 수준에 우리를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령 경제·산업 분야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외 투자도 유치하려면 국내 제도와 규제 수준이 세계적 기준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춰야 세계 속에 한국이 뿌리내릴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계속 강조한 것과 다르게 '인사'(人事)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주요 선진국은 특정 성별과 인종, 민족에 편중되지 않은 내각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추세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제기되는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려면 내각도 다양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취임 당시 캐나다 사상 최초로 동수로 내각을 구성한 인물로 유명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해 독일 역사상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취임 1년이 지나며 대통령실 인적 개편과 개각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한 것과는 별개로 남성 편중 인사는 넘어야 할 과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도 남성 중심 인사로 비판받았다. 취임 직후 외신 기자에게 남성 편중 내각을 지적당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최근 한-캐나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캐나다 기자는 페미니즘, 성평등에 관한 질문을 윤 대통령에게 던졌다. 인사에서만 글로벌 스탠더드가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정지형 정치부 기자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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