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대만, 누가 이끌까? 다가오는 총통 선거 미리보기

신냉전시대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은 대만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치른다. 이번 신임 총통 임기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개시 예상 시점으로 거론됐던 2027년이 껴있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민주선진당(민진당)과 국민당, 민중당의 3파전이 확실시된 상태. 대만 유권자들이 8년마다 정권 교체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는 국민당이 집권할 차례이나, 양안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친중국 성향인 국민당이 고전을 겪을 수도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국민당 총통선거 경선에서 허우유이 신베이시 시장이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 전 회장을 제치고 총통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는 △국민당 후보 허우 시장과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 현 부총통, △민중당 후보 커원저 주석의 3파전 구도가 됐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대중국 정책이다. 세 후보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주장하는 '통합'을 반대하고 있으나, 노선이 조금씩 다르다. 가디언은 민진당 라이 부총통이 차이 잉원 현 총통보다 더 강한 반중 인사로 분류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라이 부총통은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인 일꾼'이라 지칭한 적이 있다"며 "지난달 연설에서도 '민주주의 전선을 사수해 대만의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국민당 허우 시장은 "대만 독립과 일국양제 모두 반대한다"는 것 외에 대중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발언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중국 아래 체제 공존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대만과 중국은 이 문구에 서로 동의한다는 전제로 교류하면서도 해석은 정반대로 하는 미묘한 관계를 이어왔다.
중국은 대만이 공산당 중앙정부 통제 아래 놓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대만은 공산당과 평등한 지위를 누린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자를 바탕으로 국민당은 중국과 대화와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만인 부분이 있어도 중국이 국민당을 대만의 유일한 파트너로 인정한 이유다.
이에 대해 호주국립대 웬티성 객원교수는 "허우 시장이 발언하지 않는 것은 국민당 주류의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첸팡유 대만 수초대학 정치학과 조교수는 "허우 시장은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우 시장의 '침묵'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대만 유권자 대부분은 현재 대만의 정체성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라 국민당 주장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다. 오히려 차이 총통의 친미 외교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다만 최근 양안 간 긴장 정도가 위기감을 줄 정도로 고조되면서 중국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제임스타운재단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규모 군사행동을 벌인 점을 언급하면서 "대만인들은 이 게임의 위험성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 차이 총통이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과 회담하자 중국은 '대만 포위훈련'으로 보복한 바 있다.
중국도 양안 관계 긴장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를 감지하고 대만 여론을 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대만 63개 기업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등 회유책과 함께 양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민진당 때문이라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민중당 커 주석의 대중 정책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커 주석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국민당 외교는 저자세, 민진당 외교는 호전적"이라며 양측 모두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대만 군사력 증강과 동시에 중국과 문화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웬티성 교수는 "커 주석의 당선가능성은 낮지만 라이 부총통의 당락을 뒤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평했다.
대만민의기금(TPOF)이 이달 8~9일 20세 이상 현지인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이 부총통의 지지율은 35.8%를 기록, 허우 시장(27.6%)과 커 주석(25.1%)을 앞섰다. 그러나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민진당과 차이 총통의 지지세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한풀 꺾였다. 차이 총통은 팬데믹 초기 방역 성공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자국 백신개발에 집착해 백신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데다 고강도의 방역규제가 지속되면서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백신개발을 담당한 업체 메디젠이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결국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타이베이, 타오유안, 타이청, 신베이 등 주요도시 시장 자리를 모두 국민당에게 내주고 참패했다. 이에 차이 총통이 책임지고 민진당 주석에서 사퇴했다.
차이 총통이 지난해 말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 것도 변수다. 제임스타운재단은 "용감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청년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한 심판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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