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몰래 들어온 베트남인...상상도 못한 나비효과 불러왔다 [신짜오 베트남]
당시 베트남 외교부는 한국관광에 나선 베트남 국민 100여명이 실종됐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항공사였던 플라이강원 베트남 취항을 막 시작한 상황이었습니다. 취항 시점에 맞춰 사전 예약에 나섰고, 객실예약은 거의 만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상적인 예약이 아닌, 제도를 악용하려는 나쁜 의도였던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한국 양양공항과 베트남을 오가던 항공길은 잠정 폐쇄됐습니다.
양양국제공항 무비자 입국 제도는 지난 6월 시행됐습니다. 강원도에는 올해 강원세계산림엑스포와 내년 강릉청소년동계올림픽 등 이벤트가 열립니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게 비자 면제 명분이었습니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일이었습니다. 초기에 신규노선이 빠르게 자리잡지 않으면 생존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한 플라이강원은 5월 23일까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10월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취항 직후 코로나19가 터져 생존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양양 공항을 기반으로 무사증 제도를 활용해 도약의 기회를 삼으려고 했는데, 야심차게 추진한 계획이 불법입국에 가로막혀 무산되어 버린 것입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3일 국제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이어 20일부터는 국내선인 양양~제주 노선의 운항도 중단했습니다. 이들 노선은 6월 30일까지 운항하지 않습니다. 이후 플라이강원이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하늘길은 다시 열릴 것입니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규 항공 노선 개척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플라이강원 미래는 불확실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베트남 사람들은 왜 몰래 한국에 들어오려고 하는걸까요. 그건 한국에서 일하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을지로에 있는 호프집 골목만 봐도 여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다수는 베트남 출신 대학생입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낮에 공부를 하고 밤에 돈을 벌며 생활을 꾸려갑니다. 그들끼리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줍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이러할진대, 지방에서 알음알음 구하는 일자리 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미 소규모 공장이나 농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아예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실정입니다.
한국인들은 소위 ‘어렵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하고 이 때문에 일자리 시장에는 이미 거대한 미스매치가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을 얘기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결국 이 간극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한 외국인 노동자가 메워야 하는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청북도에서는 의미있는 실험이 진행중입니다. 충북은 최근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괴산군과 보은군을 테스트베드로 선정했습니다. 공공형 계절근로는 농협이 외국인 노동자를 단체로 고용한 뒤 농가에 일정 기간 파견을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인력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지자체가 나서 관리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괴산의 경우 지난 4월 필리핀 노동자 30명이 들어와 합숙생활을 하면서 농촌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 노동의 댓가는 일당 9만원. 필리핀 노동자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벌이입니다. 20일에는 베트남에서 노동자 50명이 보은군으로 들어왔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근로를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지 여부입니다. 외국인이 관광객으로 들어와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 농촌으로 공장으로 몰래 잠입해 일한다면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바에는 ‘대한민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하다’는 명제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제도의 품안에서 이들을 입국시킬지를 함께 고민해야 맞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충북의 새로운 실험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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