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피한 산양들 ‘또 다른 위기’

김기범 기자 2023. 5.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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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응봉산 서식지 훼손에
주변 이동 흔적 5배 늘어나
개체 밀집에 먹이 부족 우려
로드킬 위험 노출 가능성도
경북 울진군의 산불 피해 지역에서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녹색연합 제공

지난해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산림 생태계가 파괴된 경북 울진 산양 서식지 외의 주변 지역에서 산양의 서식 흔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쫓겨나온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들이 주변 지역에 밀집되고, 해당 지역의 산양 서식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산양들이 먹이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된 산양들이 추가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이후 흔적 조사와 무인센서 카메라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산불로 크게 훼손된 주요 서식지 주변 지역으로 산양 서식 흔적이 늘어난 양상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울진 응봉산은 지난해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곳이다.

녹색연합이 덕구온천에서 응봉산 정상 방향 산불 피해지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원래 산양의 주요 서식지였던 곳의 주변 지역에서 1년 사이 산양 서식 흔적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응봉산 삼척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분변 자리를 포함하여 200곳이 넘는 서식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벌목, 임도 보수 공사 등 산불 이후 인위적인 개입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서식지 교란으로 인해 야생동물의 출현 빈도가 낮아졌다. 도로로 인한 로드킬 위험, 송전선로, 임도 등 산지 내 시설의 복구 공사로 인한 추가적 서식지 훼손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은 산양 서식지 변화상에 대해 정밀 조사와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식밀도가 높아져 다시 산양이 이동하는 경우를 고려해 주변 서식지 안정화와 로드킬 등의 위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또 자연 회복이 진행 중인 산불 피해지의 경우 야생동물이 안정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당 구간의 탐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을 대비한 산사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일부 전소 구간에서는 흙과 암반이 아래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탐방객 안전을 위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산불은 동식물 종의 감소를 초래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산불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대형 산불의 증가가 동식물의 멸종위기를 가속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위협요인이 된 것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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