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응한 우크라이나의 새 전쟁수행 방식 ‘모자이크戰’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2023. 5.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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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침공 1년 3개월 넘겨 장기전 양상
통신망 'GIS 아르타' 스타링크 위성서비스와 결합
공유 정보로 신속한 군사력 재구성 대응 가능해져
[파이낸셜뉴스]
그래픽=이종윤 기자
미국과 서방측의 개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향한 크렘린의 일방적인 도발이 계속되던 중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로 대대적으로 침공했다.

언젠가 이번 전쟁 종료 후에 이번 전쟁 발발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 전황에 대해 현대와 후대의 군사전문가와 역사학자, 국제정치학자들의 보다 자세한 분석이 나올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 2위의 군사력 보유국으로 평가받던 러시아가 비교적 단기간에 이번 전쟁을 승리로 종결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우크라이나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증거는 ‘속전속결’로 종결하려던 러시아군의 의도와 달리 전쟁은 어느덧 1년 3개월을 넘기며 장기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 그 자체다.

그렇다면 그 결정적인 요인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인 중에서 미국과 서방이 제공한 특정한 지원 무기체계 자체보다 '모자이크전'이라는 새로운 전쟁 수행방식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군사적 측면에서 개략적인 개념을 살펴본다.

지난 2022년 3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트로스얀네츠 마을에서 한 주민이 파괴된 러시아군 전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점령됐던 트로스얀네츠를 이틀 전 탈환했다. 사진=AP·뉴시스
■모자이크 유연함과 융통성 장점, 스타링크 위성서비스 우크라이나 군의 GIS 아르타와 결합 위력 발휘
언뜻 비슷해 보이는 퍼즐(Puzzle)과 모자이크(Mosaic)의 차이점은 뭘까?
아귀가 들어맞아야 전체가 완성되는 비교적 복잡한 조형적 형태로 분할된 퍼즐은 정교하지만, 한 조각이 없어지면 그 조각을 찾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 정확하게 같은 재질과 두께, 색을 채워 넣어 다시 제작하지 않으면 완료할 수 없으며 전체의 형태가 무너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모자이크는 보다 작은 단순한 형태이면서 본래의 조각을 잃었을 때 꼭 맞는 조각을 찾지 못해도 빠르게 비슷한 크기와 형태, 재질, 색깔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끼워 넣어도 조화롭게 구성되는 한마디로 유연성(Flexible)으로 대변되는 융통성을 장점으로 하는 개념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현재의 퍼즐과 같은 킬체인이 갖는 가장 큰 단점은 고가의 무기체계에 의존해 각 단계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점인 탐지 단계에서 핵심적인 정찰위성이 무력화될 경우, 킬체인은 아예 시작조차 될 수 없으며, 적으로 식별된 표적을 추적하는 무인정찰기나 조인트스타즈(Joint STARS) 같은 전장 감시통제기가 격추될 경우 추적 단계도 무력화되면서 킬체인은 단절된다. 이렇게 각 단계들을 연결하는 C4I 기능이 무력화되는 경우에도 킬체인은 무력화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실제로 모자이크전과 유사한 지휘통제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하는 ‘GIS 아르타(ARTA)’이다. GIS 아르타는 포병 타격을 조율하는 군용 소프트웨어로 영국 디지털 지형정보회사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인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전력을 선택하여 곧바로 포병사격을 할당해 주어, 마치 ‘우버(Uber)’ 앱을 연상시킨다고 평가됐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위성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우주통신서비스를 활용하여 GIS 아르타 등 C4I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유무선 통신망과 휴대전화 통신망에 스타링크까지 다양한 군사 및 민간통신망을 MANET(Mobile Ad-Hoc Networking, 이동식 간이형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서로 다른 규격의 통신들을 한데 묶을 수 있었다.

국방부는 25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2 전차가 동시통합사격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미국 킬체인 역량이 감소 대체 작전형태로서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추구
군사전문가들에 의하면 미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4차 산업을 전쟁에 적용하는 새로운 전술 이른바 ‘모자이크 전’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4I는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and Intelligence (명령, 제어, 통신, 컴퓨터 및 정보) 즉 4개 단어의 알파벳 앞 글자에 C, 4개와 I를 더해 C4I라는 약자로 단순화한 것으로 우리나라 용어론 '전술지휘자동화시스템'이다.

이는 현대전과 미래전에 승리를 위한 기본적인 요소로 첨단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네트워크중심전(NCW)에서 C4ISR∙PGM(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정밀타격 통합체계)의 통합 전투능력을 보장하고 작전수행을 위한 전시 및 평시 전략·전술 지휘통제·통신 지원시스템을 말한다.

C4I가 빛을 발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수행한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이었다. 65만 명의 이라크 군에 대항하여 미국을 포함한 35개국이 참전했으며, 병력은 75만 명에 이르렀다. 무려 3천 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되어 43일 동안 10만 소티(sortie. 1회 비행) 이상의 비행을 기록하며 8만8500t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지상전투는 불과 100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라크 군은 10만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반면, 전쟁 전에 2만 명의 사상자를 예상했던 미국은 불과 219명의 사망에 그쳤다. 이는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에 꾸준히 도전하면서 국제질서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도 RMA를 실현시키면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미국은 새로운 군사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나 무인체계, 에너지 무기 등 기술적 우위의 무기체계를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제3차 상쇄전략(3rd Offset Strategy)이 추진하는 한편 미래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주와 사이버·전자기파를 새로운 전장영역으로 인식하고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 MDO) 개념을 정립하고 다영역임무부대(Multi-Domain Task Force, MDTF)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의 개념은 2017년을 전후로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은 새로운 전쟁수행 방식을 ‘모자이크전’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여 대내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 2월 민간 싱크탱크인 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 미국 전략 및 예산 평가 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모자이크전을 “인간에 의한 지휘와 기계에 의한 통제를 활용하여, 분산된 아군 전력을 신속하게 구성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아군에게는 적응성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반면 적에게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가져다주는 전쟁 수행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상황중심(Context-Centric)의 C4I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은 제한된 형태로나마 모자이크전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이렇듯 앞으로도 더욱 많은 전쟁에서 모자이크전의 요소가 구현될 것이며, 이를 먼저 구현하는 국가가 승리를 쟁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자이크전이 지금까지 제기된 전장에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작전 및 전술을 구현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미군은 모자이크전을 통해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워게임 검증과정을 이번 전쟁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국방부는 25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MLRS(M270, 다련장로켓)를 이용하여 동시통합사격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인간의 지휘와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결합, 적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모자이크전의 개념은 가장 최근에 발간된 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의 보고서에서 “인간지휘(Human command)-기계통제(Machine Control)를 활용하여 신속한 구성과 재구성이 가능하고 보다 분산된 전력(Disaggregated Force)으로 미군에게는 적응성(Adaptability)과 유연성(Flexibility)을 주는 반면에 적에게는 복잡성(Complex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부과하는 전쟁수행 개념”으로 설명했다.

모자이크전은 첫 번째 △신속하게 구성 또는 재구성이 가능한 군사력이다. 기존 군사력은 대규모의 전력을 패키지로 구성해 운용함에 따라 유연성이 제한되며 특히, 고가의 첨단 무기체계의 경우 정교한 통합성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기술의 접목이나 타 무기체계와의 연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따라서 기존의 무기체계를 포함, 작은 규모로 분산된 전력을 유연하게 결합하여 지휘관에게 다양한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아군의 적응 능력(Adaptability)을 향상시키고, 적에게는 대응의 복잡성을 부과함으로써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로 △킬체인(Kill Chain)에서 킬웹(Kill Web)으로의 전환이다. 기존 네트워크중심의 킬 체인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경우 위험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저가의 단일기능과 다수 전력으로 구성된 요소들로 의사결정 중심의 동적인 킬웹을 구성해 높은 수준의 복잡성과 전략적 기동을 통해 작전효과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하나의 노드가 무력화되더라도 작전운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세 번째로 △인간중심의 지휘통제에서 인간지휘-기계통제로의 변화다. 모자이크전에서는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적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계적 능력을 강조한다. 작은 규모의 분산된 전력의 구성과 재구성, 킬웹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의 능력을 결합 활용해야 구현이 가능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CSBA 모자이크전과 관련해 의미 있는 워게임 결과를 발표했다. 모자이크팀에서 더 많은 동시다발적 작전 수행 및 복잡성으로 상대의 의사결정 체계를 압도하고, 우군의 인명손실은 적었다. 또한 의사결정 속도를 증가시켜 지휘관 작전적 템포를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발전방향으로 우선 우리 안보환경을 고려한 ‘모자이크전’에 대한 연구와 발전이 필요하다며 제한된 국방재원과 예산을 반영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주변국의 미래전 발전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미래전에 대비해 지·해·공 고유의 영역을 넘어서 전력을 조합할 수 있는 전반적 군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방부가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2023 연합ㆍ합동 화력격멸훈련'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K2 전차가 사격하는 순간 상공으로 아파치 헬기가 기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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