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⑥논문 260편 쓰고 찾은 해법은 ‘창업’...피폭 막는 진단기술로 세계 선도
서울대 출신 핵물리학 연구자…獨·美 연구소서 연구 매진
SCI급 논문만 260편…“인류에 도움 되나” 아내 말에 창업
“방사선 측정 기술 집약체 PET 국산화할 것”
의료기기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의료기기산업이 오는 2029년 888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에 속하는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 투자 확대와 같은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보건 산업 종사자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조선비즈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서준석 JS테크윈 대표는 서울대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응용물리학·디플롬(학사·석사), 핵물리 박사를 땄다. 독일 기초과학의 산실 꼽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핵·방사선 연구소를 거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에서 일하며 10년 넘게 핵물리학을 연구했다. 서 대표가 연구자로 일하는 동안 발표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만 260편이 넘는다. 그저 연구가 재밌고, 좋았던 과학자였다.
“그 많은 논문이 인류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고, 1년간 고민 끝에 교수로 일하던 경북대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정작 창업 결심을 굳혔지만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의료기기가 고장 났다”며 수리를 문의했다. 해당 기기는 암 같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장치(PET)였다.
서 대표는 “전화를 받은 뒤 한국에 서적이 거의 없어 미국 아마존을 뒤져 한 권에 15만~20만원하는 책 10권을 사서 읽었다”며 “기본서를 공부하고 나니 과거 독일에서 연구했던 입자가속기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내 병원들은 지멘스, 필립스가 만든 PET을 수입해 쓰고 있다. 가장 저렴한 기기가 200만달러로, 26억~28억원 수준이다. 의료기기가 고가이다 보니 병원에서도 진료비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산화를 통해 기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서 대표가 PET의 국산화를 결심한 배경이다. 서 대표는 3년 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벌써 구매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생각보다 주문이 빨리 들어와서 2년 내 출시하기로 목표를 앞당겼다”며 “사람이 아닌 동물용으로 개발하면 인증 절차가 비교적 덜 까다로워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핵심 기술인 섬광센서(섬광체)가 국산화에 성공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관련 특허를 보유한 미국 박사를 무작정 따라다니며 캐물었다. 서 대표는 점심시간에 그가 헬스장을 가는 것을 보고 생전 처음 헬스장도 찾았다. 그는 “연구실에서 내다 버린 쓰레기통도 다 뒤져 그걸 가져와 분석했다”며 “연구를 한 번 하고 다시 하려면 2주가 필요한 데 43번 실패하고 44번째, 2년 만에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JS테크윈은 PET를 개발한 노하우를 활용해 소형 방사선 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 경쟁 업체의 측정기는 측정까지 1~2분이 걸리지만, 서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1초’면 충분하다.
방사선은 노출 시간과 노출량에 따라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1~2주 단기간에 100밀리시버트(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린다는 결과도 있다. 5000mSv 이상일 경우 탈모, 7000mSv 이상이면 2~3주 내 사망한다. 흉부 엑스레이를 한 번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1mSv에 이른다.
서 대표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주제로 했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당시 이용된 방사선 측정기가 6렘(rem)을 표시했었는데, 이걸 믿고 현장에 투입된 인력들 모두 사망했다”며 “이후 로봇을 투입했는데 로봇은 모두 정지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측정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다. 추후 다른 측정기로 확인한 결과 당시 현장에 노출된 방사선량은 10만mSv에 달했다. 최초 확인한 6렘을 mSv로 환산하면 60mSv다. 암을 유발할 수 있지만, 죽지는 않을 정도다.
서 대표는 “방사선 노출량도 문제지만, 노출 시간도 중요하다”며 “측정에 1~2분이 걸리면 이미 방사선에 노출됐을 경우 손을 쓸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은 업무 특성상 매일 방사선에 노출된다며 펜 모양, 시계 모양의 측정기로 방사선 노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 의료 학회지에는 방사선에 노출된 의사의 손이 괴사한 글이 게재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JS테크윈이라는 기업 소개 부탁드린다.
“방사선 측정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방사선량을 단기간에 측정할 수 있느냐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보면 한 측정기를 사용했었는데 당시 측정 결과를 믿고 투입된 인원들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후 로봇을 투입했는데 로봇은 정지했다. 향후 군인들을 투입했는데 1분 30초 동안 작업을 하고 종을 치면 현장에서 벗어 나는 식으로 진행했다. 결국 군인들도 다 사망했다. 추후 확인 결과 방사선량은 시간당 10만mSv에 달했다.”
-방사선 측정기 원리가 어떻게 되나.
“핵에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들이 있다. 핵이 있고 핵 주위를 전자들이 아주 높은 속도로 움직인다. 속도에 따라 에너지가 비례한다. 방사선도 알파, 베타, 감마처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알파선은 종이도 못 뚫고, 베타선도 옷만 입어도 괜찮다. 감마선 같은 경우가 문제인데 콘크리트 같은 구조물로 막아야 한다. 방사선은 가까이에서 노출될수록 위험하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면 총알이라고 보면 된다. 작은 총알을 빠른 속도로 가까이에서 맞으면 위험하지 않나. 속도가 더디면 큰 영향이 없지만, 빠르게 날아와 맞으면 DNA, 세포에 영향을 주고,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로봇이 정지한 것은 회로판이 터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방사선 측정기 안에는 진공관이 있다. 진공관에 가스를 넣고 양극선과 음극선을 이용해서 측정한다. 방사선이 지나가면 반응하는 것이다.”
-회사 제품의 특징은 무엇인가.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제품들은 1초에 최대 1만개의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다. 우리 제품은 1000만분의 1초, 즉 1초에 1000만개를 읽을 수 있다. 다른 회사 제품 성능과 비교하면 1000배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방사선량을 읽을 수 있는 양도 많이 차이가 난다.”
-천체물리학 전공 뒤 핵물리학 연구를 오래 하셨다. 이후 교수로 재직하다 창업하셨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대 천체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핵물리학 전공 이후 SCI급 논문을 260편 정도 썼다. 한날 아내가 SCI 논문이 이렇게 많은데 인류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그러더라. 할 말이 없었다. 1년 동안 고민했다. 마침 그때 경북대에서 실험실 창업 교육을 시켜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던 중 과거 실험실에서 같이 있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병원에 의료기기가 고장이 났는데 해외 제품이라 수리가 오래 걸린다고 했다.
PET라는 의료기기였다. 당시에는 대한민국에 관련 서적도 없었다. 그래서 미국 아마존을 통해 책 10권 정도를 샀다. 기본서를 공부하고 나니 과거 독일 연구소에 있을 때 연구하던 입자가속기를 축소한 기계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저렴한 가격이 200만달러, 약 26억~28억원 정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PET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 현재 개발·생산하는 소형 방사능 측정기 크기를 키우면 PET이 될 것이다.”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기존 센서는 크리스털로 만드는데 가격이 비싸고,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면 어렵다. 시간,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과거 미국 연구소에서 한 박사가 대체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를 봤는데 핵심 내용은 있는데 그대로 따라 해도 개발이 안 됐다. 특허 보호를 위해 외부에 공개된 내용은 복잡하게 해놓은 것이다.
박사가 다니는 헬스장도 쫓아가고, 연구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가져와서 분석했다. 러시아에서도 따라 해본 것으로 아는데 결국 포기했다. 이미 만들어진 기술인데 보고 못 만들게 뭐냐는 생각에 계속 도전했다. 43번 실패하고, 44번째 성공했다. 한 번 실패하면 새로 시도하는 데 2주가 걸린다. 2년 만에 완성한 것이다.”
-방사선 측정기는 주로 어디에 공급하는가.
“주 공급처는 병원이다. 특수의료기기 11개 종류가 있는데 이 중 8개가 방사선을 활용한다. 우리가 잘 아는 엑스레이부터 첨단기기 모두 방사선이 나온다. 의료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세계 각국도 의료진에 방사선 측정기를 쓰도록 한다. 태국 병원 두 곳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산업자에게서도 문의가 온다.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 우려 때문이다. 손목에 간편하게 착용하는 측정기로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현재 매출 현황은.
“연간 10억~20억원 정도다. 올해 목표는 20억원으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 개발하는 데만 8년 정도 걸렸다. 최종 목표는 PET 국산화다. 최근 폴란드 무역사절단으로 다녀왔는데 주문을 받았다. 3년 뒤 출시하려고 했는데 2년 내 출시로 앞당길 계획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인증 과정 때문에 오래 걸리지만, 동물용으로 만들면 인증이 까다롭지 않다.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허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국내외를 합쳐 18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서 12개 특허를 등록했고, 해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까지 6개 국가에 특허를 등록했다. 해외 국가는 모두 경쟁사들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가다. 유럽 내 국가 중 이들 국가를 제외한 곳은 방사선 측정기가 크게 필요 없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으신 부문은.
“회사 제품은 지금까지 출시된 방사선 측정기 중 가장 최신의 최첨단 의료기기다. 핵물리학자이기는 하지만, 한 분야 기술로는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 화학, 고분자, 의학까지 다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병원에서 시험해 주지 않는다. 케이메디허브 내에는 실제 상황에서 여러 시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있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도움이 없었다면 창업도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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