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 과해…연내 추가 인상할 것"
"당초 연내 3번 인하 예상한 시장, 너무 나갔다"
"6월 FOMC 인상 중단해도…9월까지 또 올릴 것"
"물가 분명 내리고 있지만…연준 바람보다 느려"
재임시 대표 비둘기였던 클라리다, 더 신중해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다시 ‘연준의 시간’이 왔다. 미국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연방준비제도(Fed)로 쏠리고 있다. 그 계기는 역시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에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연준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5.1%(전년 동월 대비)→4.8%→4.6%로 떨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1월 이후 4.7%→4.7%→4.6%→4.7%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5.00~5.25%까지 높아진 연준 금리의 향방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시장은 당초 인상 중단을 확실시했으나, 지금은 추가 인상에 더 기우는 분위기다.
“시장은 몇 주 전만 해도 연준이 7월부터 시작해 올해 금리를 세 번 인하하는데 프라이싱(pricing·가격 책정)을 했어요. 이것은 너무 나간 것(far-fetched·인하 기대감이 과도한)입니다. 연준은 오히려 9월까지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봅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에서 글로벌경제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는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것은 저의 새로운 전망”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월 퇴임한 그는 연준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인사다.
그와 인터뷰한 날 미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 1.3%(속보치 1.1% 대비 상승) △4월 시카고 연은 전미활동지수(NAI) 0.07(전월 -0.37 대비 상승) 등의 경제지표가 나왔다. 모두 연준의 긴축을 지지하는 지표들이다. 클라리다 전 부의장은 이를 다 챙겨본 듯했다. 그는 “제 시각으로 다시 살펴보니 연준이 9월까지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고 그 이후 연말에 한 차례 인하할 것 같다”며 “시장의 최근 전망보다 이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의장으로 일할 때 비둘기파로 불렸으나, 연준을 나온 지금은 통화 완화에 더 신중해 보였다.
“연준, 6월 회의 금리 인상 일시 중단”
-현재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판단하나.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것은 좋은 뉴스다. 그러나 정책 목표치(2.0%)를 향한 진전은 솔직히 연준이 원하는 속도보다 느리다.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 큰 폭 하락했기 때문에 원자재 물가는 많이 떨어졌다. 상품 물가는 둔화했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서비스 인플레이션, 특히 비(非)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지금까지 매우 끈적끈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3개월간 PCE 물가는 (크게 하락하면서) 좋은 소식을 줬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그렇게 좋지 않다.
-노동시장 과열은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매우 빡빡하다(타이트하다). 실업률 3.4%는 54년 만의 최저치라고 하는데, 2020년 1월 팬데믹 시작 때도 그랬다. 실업률은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수준이다. 이것은 건강한 지표다. 문제는 임금 인플레이션이다. 2020년 1월을 보자. 그때 실업률은 3.5%였고 임금 상승률은 3.5%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 임금 상승률은 4.5~5.0% 정도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돌아가려면 노동시장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미시건대 등이 발표하는)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4%대로 여전히 높다.
△제가 주로 보는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중기 시계의 것이다. 1년이 아니라 3~5년 기준이다. 그것은 기대인플레이션이 3% 미만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미시건대가 조사한 5월 기준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1%를 기록했다.)
-언제쯤 연준 목표치로 물가가 떨어질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느리게 하락하고 있지만) 어쨌든 물가 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가장 좋은 전망치는 내년 중으로 목표치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6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초미의 관심사다.
△6월 회의는 상당히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일부 연은 총재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했다. 월러 이사는 “명확한 증거를 보기 전까지는 6월 금리 인상 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3주 안에 나올 몇 가지 주요 지표와 변화하는 신용 환경이 최선의 방향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월러 이사의 언급을 자세히 보면, 그 역시 인상 중단의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 제롬 파월 의장은 한 공개 포럼(워싱턴DC 토마스 라우바흐 컨퍼런스)에서 (인상 중단에 대한) 동력을 불어넣었다. 제 생각에는 6월 FOMC에서는 일시적으로 인상을 멈출 것(pause)같다.
-그러면 그 이후 계속 동결로 갈까.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준은 인상 일시 중단이 인상 종료와 똑같다는 견해는 뒤로 미룰 것(push back)이라는 점이다. 제 생각에 연준은 그것을 꽤 효과적으로 해 왔다. (연준이 5월 FOMC 때 성명서를 수정하며 인상 중단 신호를 보낸 이후) 시장은 연내 세 차례 인하에 프라이싱을 했지만, 그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예측 가능한 이번 침체, 연착륙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가.
△제 전망은 침체가 올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가장 미리 예측 가능했던 침체가 될 것이다. 통상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장 최근 침체였다. 이것이 얼마나 깊었고 심각했고 길었는지를 고려하면,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많은 경기 침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재앙을 몰고 오는 사건들이 아니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침체는 동일하지 않다.
-이번 침체 양상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성장세 둔화, 실업률 상승, 구인 감소 등이다. 지금부터 1년 후 4%대의 실업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 저는 이것을 연착륙이라고 부르고 싶다.
-최근 은행권 위기는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 약 4500개의 은행이 있다. 대형은행들은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의 사례를 보듯 모든 은행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메가뱅크는 아니지만 1000억달러 이상의 총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파산을 시키기에는 너무 크다(대마불사)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주말 동안 (짧은 기간 안에)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큰 은행들이라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 파산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추가적인 혼란은 올 수 있다고 본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부의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학사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선임이코노미스트 △재무부 차관보 △컬럼비아대 경제·국제관계학 교수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전략고문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핌코 글로벌경제 어드바이저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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