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와 한전 사태 만든 민주당, 일말의 책임감도 없다

조선일보 2023. 5. 2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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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에 걸려 있는 현판.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정원 확대로 업무 과중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출범 2년간 예산 283억원을 쓰며 기소한 사건이 단 3건이란 소식에 무용론이 비등해지자 “공수처가 고사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인력 보강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검사 25명으로 공수처와 규모가 비슷한 광주지검 순천지청의 경우 2021년 22억원의 예산을 쓰고 사건 약 1만건을 기소했다. 인력 부족 주장은 핑계일 뿐이다.

공수처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권력 감시를 사명으로 태어난 기관이 정반대로 권력 하수인 역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대학 후배인 친정권 검사는 ‘황제 조사’로 모시고, 대선 때 야당 후보 사건은 건도 안 되는 사안을 무리하게 파헤쳤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공수처를 만든 목적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체포·구속 실적은 전무하고, ‘1호 기소’ 사건은 1심 무죄가 선고됐다. 이런 기관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출범 때 임용된 검사 13명 중 8명이 공수처를 떠났고, 최근 1명이 또 사의를 밝혔다.

문 정권이 5년 동안 거덜 낸 한전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4조원이 넘는다. 문 전 대통령이 공상만화 수준의 재난 영화를 보고 결행한 탈원전 정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은폐하려고 전기값을 억눌렀던 후과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요즘 돈이 없어 전기를 외상으로 사오고 채권을 발행해 빚으로 적자를 메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전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Baa3)으로 강등했다. 부채가 더 늘면 ‘투기 등급’으로 낮추겠다고 한다. 총체적 위기 속에 부동산 매각, 임금 인상분 반납 등 25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한 한전은 문 정부 시절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졸속 개교한 한전 공대 출연금 삭감 방침을 밝혔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전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 탄압’ 운운하며 산업부 장관을 해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공수처와 한전 사태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곤 하는 판단 실수로 빚어진 일들이 아니다. 전임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엉뚱한 이념에 사로잡혀 뻔히 예상되는 피해를 국가에 끼친 것이다. 그런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민주당이 누구에게 화풀이하듯 엉뚱한 대응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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