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비위 ‘봐주기 면직’, 정치권 탈당 꼼수 따라하다니

조선일보 2023. 5. 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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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특혜 채용’… 동반 사퇴한 선관위 사무총장·차장 -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오른쪽)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두 사람은 25일 자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표를 낸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내주 의원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5급 이상 간부에 대한 내부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두 사람이 징계받지 않고 퇴직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파면·해임이 아닌 의원면직이 되면 공직 재임용이나 공무원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제 식구 봐주기식 면직으로 꼬리 자르려는 것이다. 민주당 비리 연루 의원들이 검찰 수사나 자체 조사 전에 미리 탈당하는 수법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공무원 비위 사건 처리 규정에 따르면 내부 감사나 조사 진행 땐 해당 공무원을 임의로 면직할 수 없다. 하지만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한다. 징계와 그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박 총장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일하다 작년 1월 선관위에 경력직 채용됐다. 당시 그는 딸 채용의 최종 결재권자였다. 송 차장 딸은 2018년 충남 보령시에서 선관위로 옮겼다. 당시 선관위 직원인 면접관 3명은 모두 만점을 줬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지역 선관위 간부들도 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관위 직원들이 면접관으로 들어가 그들의 자녀에게 대부분 만점을 줬다. 일부 자녀는 보직·출장·관사 등에서도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선관위가 ‘고용세습 특혜 위원회’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면 선관위 스스로 외부 수사나 감사를 의뢰하는 게 옳다. 하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뒤늦게 외부인이 참여하는 특별 감사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1·2인자가 비위에 휩싸여 물러났는데 그런 감사를 누가 믿겠나. 작년 4월 김 전 사무총장 자녀에 대한 감사도 핵심 의혹 상당 부분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개인 비리, 돈 봉투, 성추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들을 탈당·출당시켰다. 김남국 의원은 진상을 밝히겠다더니 자체 감찰·징계가 시작되자 탈당했다. 당 조사와 징계는 유아무야되고 시간 지나면 슬그머니 복당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선관위는 문재인 정권 내내 민주당 편을 들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다. 그러더니 선거 심판을 해야 할 기관이 민주당의 악습과 꼼수마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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