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문영만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교수 2023. 5.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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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만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교수

2024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노사정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2일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자위원은 24.7% 인상한 1만2000원을 주장한 반면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과도하게 낮은 저임금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분배를 통해 임금불평등을 축소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으며, 우리나라도 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노사정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경총 등 사용자 측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매우 높은 수준이고 임금불평등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 측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최근 고물가로 인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정 간 갈등을 해소하고, 적정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거에 근거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7.6달러로 OECD 회원국의 중간(30개국 중 14위) 수준이다. 일부 사용자 단체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 대비 61.4%로 OECD의 중상위 수준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 이 경우 2021년도 최저임금이 1.2달러에 불과한 콜롬비아가 92.3%로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국가 간 비교는 달러로 환산한 최저임금(또는 구매력 기준 최저임금)으로 비교하고,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상대적 임금격차 지표로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다. 국제노동기구(ILO)와 OECD 등 국제기구의 공식입장은 “최저임금제가 저임금노동자와 임금불평등 축소에 확실하게 기여하지만, 고용효과는 여전히 일치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 연구 결과도 최저임금이 높게 인상된 2018~2019년에 저임금노동자 비중과 임금불평등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또한 노동자의 처분가능소득을 증가시키고 가계소비 확대로 이어졌다. 즉, ‘최저임금 인상→저임금노동자 소득증가(저임금 비중↓, 임금불평등↓)→가계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기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효과는 여전히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은 최근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021년 기준 23.9%로 OECD 회원국 중에서 세 번째로 크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의 자영업자 비중은 10.2%이고 미국(6.6%) 일본(9.8%) 독일(8.8%) 등도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작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자영업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 수는 551만3000명이며, 이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이하 자영자)’가 420만6000명(76.4%)이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이하 고용주)’가 130만7000명(23.7%)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76.4%에 해당하는 ‘자영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최저임금↑, 소비증가↑, 매출↑). 그러나 ‘고용주’는 최저임금 인상이 수익 창출에 부정적(인건비 증가>매출 증가)일 수도 있고, 긍정적(인건비 증가<매출 증가)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지 않는다.


2024년도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OECD 회원국의 중간 수준이다. 임금불평등도와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의 중상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임금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생활물가가 상승했다. 따라서 2024년 최저임금은 물가와 실태생계비,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한 적절한 인상이 요구된다.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과 경쟁력 강화 방안도 함께 강구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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