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의 나락 한 알] 환경부 장관과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

기자 2023.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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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생물다양성의날을 맞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한겨레’에 글을 기고했다. 한 장관은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보존을 강조했다. 말이야 백번 맞는 이 말은 그러나 올해 환경부 장관으로서 자신의 행보를 조금이라도 성찰했다면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성찰 능력이 없는 ‘일차원적 인간’ ‘자발적 복종’의 인간이 아니라면 그렇게 처신하고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한 장관은 생물다양성 감소가 “먹이사슬의 붕괴”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확산” “생물자원의 상실” 같은 중대한 피해를 낳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자연은 그 결과를 그대로 인간에게 돌려준다. 모든 것이 서로 깊이 연결된 그물망의 세계에서 인간이 개발의 이름으로 행하는 자연의 변형이 가져올 영향을 인간은 제대로 알 수 없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한 장관은 생물다양성의 터전인 자연을 어떻게 대했나?

올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살아났다. 지난 2월 말 환경부는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 관련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재보완서를 검토한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국토의 1.65%에 불과한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에 속해 부적절하다고 했고, 다른 전문기관도 모두 부정적 의견을 냈다. 국립공원은 ‘국가가 세운 공원’이 아닌 자연 보전을 위해 특별히 만든 보호구역이다. ‘공원자연보존지구’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주요 서식지 등으로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자연 외면하고 권력에 부화뇌동

하지만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에 심의한 ‘입지 타당성’을 환경영향평가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2019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들어 전문기관의 의견을 배제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결정이 박근혜 정권의 압력 탓이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환경부 장관이 형식적 법 논리를 들어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발을 선택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전국 산지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엄격한 자연 보호구역인 설악산이 뚫리면 다른 국립공원의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지리산의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북한산과 소백산의 케이블카 사업 추진 등으로 이런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은 “국내 생물종의 42%, 멸종위기종의 66%가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지역”이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국립공원 훼손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 환경부 장관이 어떻게 생물다양성 보존을 강조할 수 있나.

올해 제주 제2공항 사업도 회생했다. 지난 3월 초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조건부 협의(동의)’를 통보했다.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생태원, 해양수산부는 자연 훼손과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1년 7월 제2공항 사업이 불가하다고 판정했을 때의 ‘반려 사유’를 ‘동의 조건’으로 바꿔 개발의 손을 들어주었다. 환경부 장관은 이번에도 자연 보전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선택을 했다.

지난 1월 말 환경부는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건설 예정지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했다. 환경부가 이토록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흑산도는 멸종위기종 철새들의 기착지다. 2022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흰꼬리수리 등 4종, 2급으로는 큰기러기와 큰덤불해오라기 등 23종이 흑산도를 찾았다. 환경부 장관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강조하며 멸종위기 동물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이 세 건 모두 올해 환경부가 저지른 참사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지금을 생물다양성 위기의 긴급 상황으로 진단하고, ‘생물의 멸종위험도 감소’와 ‘훼손된 생태계 30% 이상 복원’ 등의 실천 목표를 세웠다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 장관은 한편에서는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다른 편에서는 복원하겠다는 말인가? “올해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의날 공식 주제는 ‘생물다양성 약속, 이제는 실천할 때’로 선정됐다. …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한 장관, ‘목도령’으로 거듭나길

그래서 환경부 장관에게 당부한다. 지금 한가하게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을 아시나요?”라고 우리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환경부 장관인 자신이 바로 목도령임을 깨닫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깊이 반성하시라. 교육부든 환경부든 모두 산업 부처가 되라고 호령하는 5년짜리 권력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생태계 보전에 최선을 다하는 목도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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