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탁구 ‘띠동갑 듀오’ 신유빈·전지희, 세계선수권 은메달

박강현 기자 2023.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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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손목 부상 기권 아픔 딛고 현정화 이래 30년만에 최고 성적
28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TTF(국제탁구연맹) 개인전 세계선수권 시상식에서 여자복식 은메달을 딴 신유빈(왼쪽)과 전지희가 두 팔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시련을 딛고 일어난 ‘띠동갑 듀오’가 일궈낸 역사적인 은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탁구 간판 신유빈(19·대한항공)-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이상 복식 12위) 조가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ITTF(국제탁구연맹) 개인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왕이디(26)-천멍(29·이상 복식 7위) 조에 0대3(8-11 7-11 10-12)으로 석패했다. 전날 세계랭킹 1위인 중국 쑨잉사(23)-왕만위(24) 조를 3대0으로 완파하며 파란을 일으킨 신유빈-전지희 조는 ‘만리장성’을 두 번 넘진 못했다.

세계선수권 개인전 단·복식을 통틀어 한국 여자 선수가 은메달 이상 성적을 낸 것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에서 현정화(54)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이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이후 30년 만이다. 원숭이띠 띠동갑이기도 한 둘은 나무에서 떨어져도 다시 오르면 된다는 오뚝이 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값진 은메달을 합작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년 전 휴스턴 세계선수권 때만 해도 한 게임도 뛰지 못하고 기권하는 아픔을 맛봤다. 당시 신유빈의 오른쪽 손목 피로 골절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은 신유빈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득점할 때마다 넣는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 같다며 ‘삐약이’라는 사랑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그해 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까지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하다 탁구 선수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손목 부상을 당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 5월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고, 9월엔 추가로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견뎌냈다.

신유빈은 고통스러운 과정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훈련에 매달렸다. 손목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하체의 힘을 길렀다.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빛을 발했다.

신유빈의 복식 파트너인 전지희는 중국 허베이성 랑팡 출신의 귀화 선수다. 청소년 대표까지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탁구 대국 중국의 성인 대표 벽은 너무 높았다. 라켓을 놓을까 고민하던 때 귀화 제의가 왔고, 2011년에 태극기를 품었다. 이때 ‘톈민웨이’에서 전지희가 됐다.

2018년 단체전 세계선수권 동메달 주역인 그는 작년에 무릎을 다치며 ‘전지희 시대도 끝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오기가 생긴 그는 ‘전설’ 김택수(53) 감독이 이끄는 미래에셋증권에 12월부터 합류해 재기를 위해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신유빈은 은메달을 따낸 후 “재작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쳤을 때 언니와 함께라 이겨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 목표로 했던 메달까지 차지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지희도 “서로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런 날도 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현 감독은 “신유빈은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점수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메이커(maker) 역할을 잘 해냈고, 전지희는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다. (2019년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고 평가했다. 둘은 이번 대회 활약으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메달 전망도 밝혔다.

앞서 열린 남자 복식에선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임종훈(26·한국거래소·이상 복식 3위) 조가 중국의 판전둥(26)-왕추친(23·이상 복식 1위) 조에 0대3(11-13 6-11 5-11)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은메달) 이후 한국 탁구 최초로 세계선수권 2연속 남자 복식 결승 진출이란 역사를 썼다. 조대성(21)-이상수(33·이상 삼성생명·이상 복식 11위) 조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대표팀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탁구가 개인전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3개 이상을 따낸 것은 남자단식에서 은메달, 남녀복식에서 동메달 1개씩을 따낸 2003년 파리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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