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4] 불교와 업

강헌 음악평론가 2023.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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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lub ‘Karma Chameleon’(1983)

음력 4월 8일 석가모니의 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네 나라뿐이다. 거의 전 지구적인 축제가 벌어지는 크리스마스와 비교한다면 대단히 옹색하다. 불교가 압도적인 지역은 오히려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특이하게도 불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는 러시아 연방 안의 칼미키야 공화국과 투바 공화국이며 바이칼호 주변의 부랴트공화국도 불교를 믿는다.

기독교가 사랑을 앞세운다면 불교는 자비다. 모든 종교가 깨달음과 실천이 본질이긴 하지만 불교는 특히 업(보)으로 인한 집착의 고통에서 벗어나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추구한다. 깨달음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성불하는 것이 궁극의 경지이므로 불교는 종교이기에 앞서 수련의 의미가 더 강하다.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앨범이 지구촌을 강타하던 1983년 영국에선 남장을 한 여성 뮤지션(애니 레녹스)과 여장을 한 남성 뮤지션(보이 조지)이 번갈아 빌보드 차트 정상을 밟으며 팝음악의 스펙트럼을 한층 더 확장했다. 장신의 보이 조지가 이끌었던 컬처 클럽은 데뷔 앨범으로 영국 차트 정상에 올랐고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를 빌보드 정상으로 올려 놓는 기염을 토했다.

“당신은 왔다가 가고 또 왔다가 가고/당신의 색깔들이 나의 꿈들과 같다면 사랑은 쉬웠을 텐데(You come and go, you come and go/Loving would be easy if your colors were like my dreams).”

하루하루가 서바이벌 게임 같은 참혹한 현실에서 사람들은 ‘내 편’을 꿈꾸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 모든 관계는 헛되다는 탄식이 유려한 리듬 속에 숨어 있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 지역에선 삼라만상의 평등을 전제하는 불교를 믿는 이들을 불가촉천민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예수의 땅인 예루살렘도 지금은 유대교의 본산이니 동서의 두 종교가 모두 자신의 본적지에선 유배된 존재나 다름없는 처지라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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