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99] 30대 출세에 대하여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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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스템이 정비되고 선진국이 되어갈수록 젊은 세대는 출세하기 어렵다. 전쟁이 나거나 난세가 되었을 때 2030세대가 득세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선진국에서 젊은 2030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3종류뿐이다. 연예인, 운동선수, 그리고 정치인이 되는 길이다.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의 공통점은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목 받는 인생이 가장 화려한 삶이다. 사회적 인정 욕구를 과도하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색(食色)과 같은 생물학적 욕구보다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사회적 욕구가 더 짜릿한 욕구이다. 식색도 오버하면 탈이 나듯이 사회적 욕구도 과도하게 충족시키다 보면 탈이 난다. 특히 정치가 그렇다. 스포츠와 연예인에 비해 조심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정치인은 ‘판옵티콘’이라는 원형 감옥에서 감시당하는 죄수와 같은 처지이다. 사생활과 공적 생활을 샅샅이 감시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걸 감수하는게 쉽다고 생각하는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 같은 사람은 그래서 정치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출세를 위해 이걸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 직업이 정치인이다. 3D 차원의 감시. 이걸 30대가 감당한다는 것은 거의 운이 좌우한다. 어떤 변수, 어떤 감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30대가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

30대 김남국을 보니까 철없는 애가 뱀의 소굴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자기 관리가 뭔지도 모르고, 주변에 멘토도 없는 것 같다. 운이 없고 박복한 팔자는 멘토도 없다. 사부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못 느낀다. 제가 잘나서 사는 줄 안다. 사부를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같은 30대 이준석도 김남국과 비슷한 궤적이지만 상황이 약간 다르다. 8부 능선쯤에서 ‘빠따’도 맞고 고춧가루 물도 먹었지만 창칼에 관통상을 입지는 않았다. 창칼에 깊게 찔리는 것보다는 ‘빠따’가 낫다. 방망이를 맞을 바에는 일찍 맞는 게 좋다.

가장 큰 시련은 젊어서부터 ‘조실부모 인생파탄’이다. 공자, 예수, 마호메트, 최수운이 그랬다. 아주 큰 인물은 일찍부터 인생파탄 나서 스펙이 좋지 않았다. 중간치기 인물은 가방끈이 긴 법이다. 명리학을 연구해보니까 전반전이 좋으면 후반전은 좋지 않다. 소년등과(少年登科) 하면 부득호사(不得好死) 한다. 정조 때 정권 실세로 끝발 날리다가 33세에 죽은 홍국영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선곤후태(先困後泰·전반부에 곤란했다 후반부에 좋아진다)도 있다. 김남국의 코인게이트는 독자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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