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팬덤' 두고 쪼개진 민주당…비명계 "李, 개딸과 결별해야"

송다영 2023. 5.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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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코인' 비판 청년 정치인 향한 '문자 폭탄' 사태
'개딸 자제령' 두고 이견…비명계 "총선 전 이별 결단"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을 두고 당내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계파 간 갈등 조짐이 보인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 관련 비판 성명을 냈다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집단린치'를 받은 당 대학생위원장의 사례를 계기로 민주당 내 '팬덤 정치'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비명'(비이재명계)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강성 지지자들의 폭력 행태를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강성 팬덤과의 '헤어질 결심'을 촉구했다. 팬덤을 둘러싼 갈등 상황이 지속되며 당내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집단린치 사태의 발단은 이동학·박성민 전 최고위원과 권지웅 전 비대위원,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 등 청년 정치인들이 지난 12일 연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김 의원의 코인 사태과 관련해 "만약 언론보도에서 나오는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의원직 사퇴도 고려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자성을 요구했다.

이후 '친명계'인 김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에 반발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이들에게 문자폭탄, 욕설 SNS 댓글 등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양소영 위원장은 26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당한 언어 폭력을 털어놓기도 했다. 양 위원장에 따르면, 자신의 교통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한 지지자는 '이 사고는 쇼다. 이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듣기도 했다. 또 '카톡 지옥'(자신을 모욕하는 단체방에 초대돼 나갈 수 없게 하는 행위)에 초대돼 모욕성 메시지에도 시달렸다고 전했다.

강성 팬덤의 청년 정치인 집단 공격 행위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4선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약 30명의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청년 정치인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 채택을 주장했다.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신중론이 제기되며 실제 채택은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후 "별도의 결의문보다는 공감대나 논의가 있었다는 점을 알리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의원총회를 계기로 민주당은 팬덤 문제를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된 모습이다. 지난 14일 민주당 쇄신 의원총회 당시 당 지도부의 모습. /이새롬 기자

의총에서 '친명계' 김용민 의원은 "청년이라고 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게 맞나. 김남국 의원도 청년이지만, 우리가 보호해 주진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일부 의원들의 야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5선' 안민석 의원은 당시 의총 상황을 CBS 라디오에서 "소위 말하는 비명계와 친명계 의원들이 조직적인 충돌까지는 안 갔지만, 좀 아슬아슬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이후 SNS에 글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공격 중단을 공지했다. 그는 "오늘 의원총회에서도 타인을 억압하는 행위는 민주당을 해치는 일이며, 적대적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더 이상의 부당한 내부 공격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의총을 계기로 민주당은 팬덤 문제를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된 모습이다. 다만 의총 직후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청년 정치인 공격 사태에 관한 지도부 차원의 구체적 논의는 따로 없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성 팬덤을 향해 이 대표가 '자제령'을 내려야 한다는 비명계 의원들의 주장에는 의총 이전에도 전조 증상이 있었다. 지난 21일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이 받은 문자를 공개하며 "이재명 대표님, 이걸 보시고도 강성 팬덤과 단절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시냐"고 반문했다.

공개한 문자 내용에는 "수박X들이 당선될 바엔 차라리 쓰레기 국힘당X에게 의원직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쓰여 있었다. 수박은 일부 지지자들이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로 비명계 의원들을 낮춰 잡아 부르는 '멸칭'이다.

다만 민주당의 진상조사 결과 이 문자의 발신자는 당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오히려 이 의원을 향해 '친명계'의 반격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 공격=개딸'의 공식 자체가 낙인찍기라는 것이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25일 B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면 다 개딸이고, 개딸은 극렬한 지지자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낙인찍기"라고 하는가 하면, 서영교 최고위원은 26일 MBC 라디오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면 그것도 또한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단속에 나섰다.

이에 대해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강성 팬덤 사태의 단면을 볼 게 아니라 '본질'을 파악해 당 지도부가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25일 MBC 라디오에서 해당 사태에 관해 "지금 문제는 내로남불, 도덕불감증, 당내 민주주의 악화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이냐는 것"이라며 "개딸이 강성 지지자, 정치 훌리건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돼 있다. 꼭 개딸을 지칭해 고유명사로 얘기한 것이 아닌데 '개딸이 아닌데 왜 개딸이냐고 하냐'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성 팬덤 문제를 둔 민주당 내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지난 14일 쇄신 의총 당시 모두 발언을 하던 모습. /이새롬 기자

강성 팬덤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은 오는 30일 의총 등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개딸 결별' 촉구 성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폭력적 팬덤에 관해 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안 그러면 앞으로 민주당도 이 대표 본인도 어려워질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당에 신뢰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폭력적 팬덤의 문제는) 단순 계파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폭력 사태와 관련해 이 대표가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할지 말지에 민주당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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